며칠 전 지인의 추천으로 동작아트갤러리에서 ‘아크:온(Ark:On)’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동작구와 동작문화재단이 후원하고 동작연극협회에서 주최한 문화행사였다. 아크:온의 의미는 “구원의 방주,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닻을 올리다!”라는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요즘 관심이 높은 인공지능 로봇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시간적 배경은 알고리즘과 논리성으로만 움직이는 로봇이 인간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2035년~2040년이다. 인간의 윤리성과 생명사상을 갖춘 로봇을 연구하던 주인공 윤박사는 ‘인간게토(인간동물원)’라는 곳에 갇혀있
신동철 동작구의원(노량진1·2동)는 지난 2월 8일 제326회 동작구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노량진1·2동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5분발언을 했다.이 발언에서 신동철 의원은 ‘청사 재배치’라는 이유로 노량진1동에 위치하며 현재 404명이 활동하고 있는 꼬마도토리를 나가라고 하고, 노량진1동 주민센터 앞 메가스터디타워 2층에 위치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사경센터)를 내쫓고 있다고 말하며 “이렇게 나가라 하고 내쫓는 것이 ‘일하는 동작, 새로운 변화’인가”라고 물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철 의원의 발언 다음날
기록적 폭우로 성대시장 인근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 이하 하나님의 교회) 신자들이 11일 동작구 상도3동 소재 5세대를 찾아 수해복구 지원활동을 전개했다. 하나님의 교회 관계자는 “주변 피해 소식을 듣고 성도들과 함께 곧장 수해복구 계획을 세웠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웃들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희망을 얻고, 하루속히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고 수해민들을 응원했다.상도3동주민센터에서는 하나님의 교회 지원을 반기며 피해가 큰 5세대를 추천했다. 신자들을 비롯해
봄 햇살이 무지개처럼 찬란한데, 머릿속에는 ‘구덩이’라는 낱말이 계속 맴돈다. 엊그제 읽은 ‘구덩이 메우기’라는 기사 글이 마음의 종을 둥~ 쳐서 메아리가 울리는 것 같다. 기자는 휴학 시절 보습 학원 강사를 할 때 지겹도록 반복되던 패턴의 날들 속에서, 강사들에게 주어지던 김밥 한 줄을 통해 저녁 한 끼의 고민으로 출발해 삶 자체를 성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국 작가 루이스 새커가 쓴 ‘구덩이’의 주인공 스탠리 옐네츠가 어떻게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는지 소개한다.그는 10대 소년으로 100년 전 고조부가 죄를 지어 가문에
며칠 전 내린 봄 마중 비가 개구리와 벌레들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셨다. 산천초목이 겨울잠을 깬다는 경칩이 코앞이다.엊그제는 필배씨가 다니는 러블리(Lovely) 미용실에 함께 갔다. 남편이 헤어컷을 하는 동안, 남자 원장에게 머리 관리법 코치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한결 젊어 보이는 남편에게 엄지척을 하며 “음~! 아주 멋진데요! 새 신랑 같아요~” 하자, 남편은 “고마워요!” 하며 활짝 웃었다. 이는 참으로 평범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우리에겐 결혼 20여년 만에 이뤄진 실로 감격스런 장면이다.필배씨는 어린 시절에 친할
따끈한 음식을 챙겨다주시는 좋은 이웃이 있는데, 지난달 중순 필자에 대한 꿈을 꿨다고 연락이 왔다. 거실에서 겨울옷들을 엄청나게 쌓아놓고 정리하고 있었다며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기에 가볍게 안부를 나누었다.그 무렵 “이명을 완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통해, 이명이라는 증상이 몸 전체의 시스템 이상으로 온다는 사실과 기능의학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이명으로 7년째 고생하고 있었기에 귀가 번쩍 열리고 마음에 스위치가 켜졌다.이명은,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귀에서 들리게 되는데, 단순히 귀의 문제가 아니라 뇌 회
어제 내린 비는 가을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이들의 마음 때문이었을까? 사랑하는 이와 멀어질 때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닮은 듯이 보였다. 깊은 곳에 숨어있는 사색 한 조각 더 읊어야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이 즈음에는 가곡 ‘이별의 노래’가 유난히 생각난다. 중년의 박목월 시인이 여대생 제자와 사랑에 빠져 제주도로 떠나 은둔하던 중, 수소문 끝에 생활비와 옷가지를 챙겨온 부인의 큰 사랑에 감동하여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기러기 울어 예는 / 하늘 구만리 / 바람이 싸늘 불어 / 가을은 깊었네 / 아아 너도 가고 / 나도 가야
햇살도 나무도 알록달록 물들어가고 있는 이 가을에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다. 엄마의 치매 증상이 좀 더 심해지셔서 우주복을 입혀야 한다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우주복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자문을 구해 두 벌을 주문했다.어르신용 우주복은 일명 치매복이다. 제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치매 어르신들 옷이다 보니, 스스로 열 수 없도록 지퍼에 열쇠가 달린 제품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하미 제품은 인권을 고려해 지퍼에 열쇠 대신 특수잠금기능을 더하고 100% 면으로 내구성이 강해서 마음이 놓였다.친정 팔남매 가족들 단톡에
최근 며칠 동안 폭풍 같은 날들이 지나갔다. 필자의 집은 언덕 위에 있으니까 그야말로 폭풍의 언덕인 셈이었다. 빌라의 8세대 중 한 세대가 이곳에 오래 살면서 쌓인 개인적인 감정을 이유로 지난 1년 반 동안 의무사항을 하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었다. 빌라총회와 관리위원회를 무시하니 어떤 방법을 써도 해결되지 않았다.급기야 며칠 전 긴급총회를 열고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핵심 관리위원 3명 공동사퇴, 관리비 해체, 공동전기 차단, 그리고 세대별 공개 항의글 작성. 이후 빌라 계단은 밤마다 어둠에 쌓였고 치열한 게시글 공방전이 이어졌다
올 여름 사랑이 찾아왔다. 한동안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비가 몹시 그리울 때쯤, 하늘은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오르게 하는 시원한 빗줄기를 뿌렸다. 이후 신비로운 쌍무지개를 선사했고, 바람으로 변화무쌍한 구름 에어쇼를 펼치는 날들이 이어졌다.어느 날, 온통 발갛게 물든 해질녘 빛깔에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어 얼른 빌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탁 트인 하늘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영화 의 한 장면처럼 웅장하고 찬란하게 구름과 노을이 어우러진 장관에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며 심장이 바운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여름의 절정 ‘7말 8초’가 시작되었다. 바깥에서 에어컨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가 계속 들리지만 우리 집 거실엔 허수아비 병정이 서 있는 것 같다. 웬만하면 부채와 선풍기, 그리고 샤워로 버티기 때문이다.‘여름’ 하면 잊을 수 없는 어릴 적 시골에서의 추억은 ‘등목’과 ‘수박’이다. 아버지께서 한차례 논에 갔다 오시면 땀이 범벅이 되어 오시는데 웃옷을 벗고 엎드려 “막내딸~ 등목 좀 해줘~” 하셨다. 마중물을 부어 길어 올린 시원한 샘물을 주황색 바가지로 쭉쭉 뿌려드리면 “아이구 시원해~ 아이구 시
사위어가는 장미꽃과 초롱꽃을 보내자 격정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사 풀벌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부쩍 비오는 날이 많아진 날씨 때문인지 풀과 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지고 있다. 신대방삼거리역 인근의 자이아파트단지도 마치 비를 먹고 자라는 숲속의 아름드리나무들처럼 어느새 쓱 완공되어가니 신기하기만 하다.건물을 살펴보면 그 속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처음엔 매우 튼튼하고 정교하게 지어진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보수를 하다하다 안되면 다시 건물을 지어야 한다.
우리 빌라엔 이상하게 주차장과 창고에 건축 당시 남은 자재들이 오랫동안 쌓여 있었다. 아마도 집을 보수할 때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14년의 세월이 흘러 완전 케케묵은 쓰레기로 변해버렸고, 결국 40만원을 들여 건축폐기물로 처리했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주차장 청소까지 마치니 앓던 이를 뽑은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주차장과 창고가 깨끗해지자 화단이 눈에 들어왔다. 흙이 비어 낮아지고 구멍 난 화단이 자기에게도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평소에 화단을 돌보시는 주민분이 구멍을 메꾸고 분갈이용 흙
큰 맘 먹고 오랜만에 소중한 지인 세 명을 만났다. 무척 반갑고 맘이 들떠서 그랬는지, 아니면 요즘 신경 쓰고 있는 일로 머릿속이 복잡해서인지, 필자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을 연발했다. ‘아뿔싸! 이성의 뇌가 잘 작동되지 못하고 있구나...’ 헤어지고 미안했지만 ‘괜찮아~ 내 허물을 드러내는 연습을 한 거야. 그분들은 이해해주실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몸과 맘이 건강하려면, 예민한 사람의 경우 적당히 둔감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는 어느 의사의 강의가 생각난다. 일부러라도 창피한 일을 해보라고 권유하는데, 타인의 시선을 크게 의식
옥수수 얼룩무늬에서 점핑유전자를 발견한 사랑의 과학자 바바라 맥클린턱봄을 열어주는 꽃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연노랑 영춘화는 봄의 제국 사신 역할을 하고, 진노랑 개나리는 꼬까신 신고 팔짝 뛰는 아이를 응원한다. 새하얀 목련꽃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달래주고, 흩날리는 연분홍 벚꽃은 연인들의 마음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다.공원이나 길가의 사람들 분위기가 작년 이맘때와는 사뭇 다르다. 엄청난 고비를 넘기고 난 후의 희망이랄까. 봄을 봄으로써 대할 수 있는 여유랄까. 집 밖에서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표정들이다.우
최근 각종 국제상을 휩쓸고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핫해진 영화 [미나리]를 보기 위해, 예전에 마을활동을 함께 했었던 지인 두 명과 영화관에 갔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가보는 것이기에 감격스럽기까지 했다.영화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에 이민을 간 한국 가족들의 이야기인데, 머나먼 타국에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희망을 보여주었고,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는 ‘미나리’는 그 희망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매개체로서 영화의 주제를 이미지화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영화관을 나오는 우리들의 모
작년에 처음 만났을 때 한 눈에 반해 반려식물로 인연을 맺었던 얼룩자주달개비가 무럭무럭 자라 가지들이 수양버들처럼 늘어졌다. 좀 더 큰 화분으로 집을 옮겨주면서 작은 버팀목들을 기다란 것으로 바꿔주고 가지들을 예쁘게 정리하여 묶어주었다. 긴 머리 소녀의 미용사가 된 기분도 들고, 노련한 플라워리스트가 된 듯이 기쁘기도 했다.꽃이나 나무들이 그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이유는 배경이 되어주는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대상이 본연의 아름다움이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돌보고 보살핀다는 것은 상대방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요 이
마른 나뭇가지들이 겨울잠을 끝냈나보다. 가지 끝이 살짝 실눈을 뜨고 바깥세상을 살피고 있다. 이제 손발을 좀 내밀고 나가 볼까나?낙엽수들은 이렇게 몸풀기를 하고 있지만 상록수는 사시사철 늠름한 모습이다. 상록수의 푸르름이 유난히 돋보인 것은 겨울철에 주변의 낙엽수들이 자신을 낮추었기에 그 희소성으로 인한 것이었으리라.예로부터 상록수는 장수와 정의, 변치 않는 절개와 충성심을 의미하기에 많은 곳에서 환영을 받아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소나무이다. 생활용품에 애용되기도 하고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왕족시대에는 권력자들의 전유물
우리 집 거실엔 벌써 봄이 왔다. 보통 4월 말경에야 피는 영산홍에 꽃이 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산홍은 진달래나 철쭉처럼 낙엽관목이 아니라 상록관목이라서 겨울에도 초록 잎이 지지 않아 싱그러움을 더해주어 좋았다. 1월 중순에 처음으로 분홍색 꽃망울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이 두근거리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후로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꽃을 살피러 가는 게 일이었다. 어린 시절 가을 아침마다 우리 집 밤나무 열매가 배추밭에 떨어진 것을 누가 주워갈까 싶어 부지런히 일어나 이리저리 알밤을 찾아
별로 춥지도 않고 눈도 거의 없었던 작년 겨울의 날씨와는 달리 올 겨울엔 벌써 세 번째 눈이 왔다. 아름다운 ‘겨울왕국’을 이루니 아이들은 신나게 눈사람을 만들고, 골목길엔 귀여운 올라프가 등장하기도 했다. 대사가 전혀 없지만 감동적인 풍경과 음악의 애니영화 ‘스노우맨(Snow Man)’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며 황홀한 눈꽃 풍경을 바라보는 상상을 할 수도 있었다.물론 필자도 눈이 오면 치울 일이 걱정되고 넘어질까 염려가 앞선다. 언덕이 많은 이 지역으로 이사 왔을 때 겨울에 눈 오면 다닐 수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경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