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작신문이 만난 인물

와우산 숲속길 청소 14년, 김영구 할아버지
“숲 찾는 이들에게 깨끗한 자연 선물하고 싶어”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새벽,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와우산 숲속길에 들어섰다. 부지런한 주민들이 단잠의 유혹을 떨치고 찾아올 법한 시간임에도, 궂은 날씨 탓인지 약수터에도 산책로에도 인적은 드물었다. 물기를 잔뜩 머금어 미끄러워진 산길을 얼마나 올라갔을까. 아카시아 배드민턴장 아래편 운동시설에서 비질에 여념이 없는 한 어르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신새벽 어스름을 뚫고 이곳까지 오르게 만든 이유가 바로 이 분이었다. “14년 동안 와우산 숲속길에서 청소 봉사를 해 온 어르신이 계십니다.” 김재열 의원(신대방1,2동)이 들려준 이야기 속 주인공, 김영구 할아버지(金榮九, 84세)를 만났다. 
김영구 할아버지와 와우산의 만남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운동 삼아 드나들던 숲에서 나뭇잎사귀로 빗자루를 엮어 산책로를 청소하는 어르신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홀로 일하는 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일손을 보태게 된 것이 첫 걸음이었다. 비슷한 연배라는 것 말고는 이름도 성도 몰랐지만 와우산을 쓸고 닦으며 인연이 깊어졌다.
“무슨 사정이 생겼는지 어느 날부터 갑자기 그 분이 보이지 않았어요. 아마 돌아가셨지 않나 싶어. 그게 아니면 이곳이 궁금하고 또 내가 궁금해서라도 몇 번은 찾아오셨을 거야.”
김영구 할아버지는 그 분과 함께 했던 일을 혼자라도 계속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이어받은 숲속길 청소가 무려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봉사활동으로 지속되었다.
자택이 있는 대림1동에서 와우산 초입까지는 자전거로 10여분을 달려야 한다. 김영구 할아버지는 새벽 4시 30분이면 집을 나서 매일 3~5시간 동안 산책로와 운동시설 일대를 꼼꼼하게 청소한다. 심한 악천후로 산에 오를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빼놓지 않는 일과다. 젊은 시절 ‘완벽주의자’로 통했던 성품은 봉사에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손수 만든 대나무 빗자루로 구석구석 쓸고 지나가지 않은 곳이 없다. (김 할아버지는 ‘대나무는 해마다 무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잘라서 활용해도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와우산 숲속길을 청소하는 이유? 아침에 여기 오는 사람들에게 깨끗한 산을 선물하고 싶어. 기분 좋게 운동하고 행복한 하루가 되라고. 그게 전부예요. 다른 이유 뭐가 있겠어요.”
오랜 세월 누구보다 깨끗하고 건강하게 맞이해 온 아침 덕분일까. 묵묵히 비질을 하는 김영구 할아버지의 뒷모습은 84세라는 고령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하다. 그가 가꾸어 온 푸른 숲을 닮은 활력이 가득해 보인다.
인터뷰를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길에 만난 주민들은 “내 집 정원이라도 이렇게 정성스럽게 보살필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할아버지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의정활동으로 분주한 중에도 와우산을 찾은 김재열 의원도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이곳을 지켜주시기 바란다”는 당부를 남기며 김영구 할아버지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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