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비는 가을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이들의 마음 때문이었을까? 사랑하는 이와 멀어질 때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닮은 듯이 보였다. 깊은 곳에 숨어있는 사색 한 조각 더 읊어야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즈음에는 가곡 ‘이별의 노래’가 유난히 생각난다. 중년의 박목월 시인이 여대생 제자와 사랑에 빠져 제주도로 떠나 은둔하던 중, 수소문 끝에 생활비와 옷가지를 챙겨온 부인의 큰 사랑에 감동하여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기러기 울어 예는 / 하늘 구만리 / 바람이 싸늘 불어 / 가을은 깊었네 / 아아 너도 가고 / 나도 가야지

그 기러기의 울음소리가 시인에게는 구슬프게 들렸겠지만, 새로운 둥지를 찾아 먼 길 가고 있는 기러기 떼들에게는 서로를 응원하는 힘찬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대표적인 겨울철새 기러기는 장거리를 이동할 때 대지에서 올라오는 상승기류에 힘입어 높이 날아올라 ‘V’자형을 이루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소리를 내며 힘을 얻어 날갯짓을 한다.
맨 앞의 기러기는 가장 공기의 압력을 많이 받고 뒤쪽으로 갈수록 적게 받는데, 리더가 힘들어하면 다른 기러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도저히 날기 어려워하는 기러기가 있으면 두 세 마리가 함께 쉬었다가 다시 합류한다.
지구의 반 바퀴를 이동한다 해도 정확하게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은, 머릿속에 작은 생체 자석인 ‘마그네타이트’가 있기에 가능하다. 낮에는 태양을, 밤에는 별자리를, 흐린 날엔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잡는다고 한다. 이렇게 신비한 바이오 나침반을 보며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을 연결해주는 ‘사랑과 믿음의 끈’을 생각하게 된다.
서로를 위하고 협력이 잘 되는 기러기의 특성을 생각해보건대, ‘기러기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정의하고 싶다. 
흔히 자녀 유학을 위해 해외에서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경우를 비유하는데, 이는 가족의 해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백신 1차와 2차 접종을 장승배기역 유영조 내과에서 맞았다. 다소 긴장을 하고 갔는데, 병원이라기보다 이웃들이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특히, 쾌활한 간호사가 “어르신~ 저 안보고 싶었어요?” 하며 능청스레 농담을 주고받고, 백신접종 후 주의할 점에 대해 목청껏 설명해주는 모습에 웃음이 배시시 나왔다. 알고 보니 원장의 사람중심 운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였다. 3차 때에도 가족 같은 느낌의 그곳에서 맞을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시간부자로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는 필자는 같은 꿈을 지향하는 사랑의 공동체 안에서 날마다 새 힘을 얻고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우울감이 높은 요즘, 살과 피를 나눈 육신의 가족도, 매일의 삶을 나누는 사회의 가족도, 서로에게 진정한 기러기 가족이 되어 따뜻하게 겨울을 나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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