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국가원로회의 위원)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갈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세월호 문제입니다. ‘세월호’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 국민들 사이에 말하면 안 되는 ‘금기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일부에서는 세월호 관련법이 통과되었고 진상규명이 진행되고 있으니 당신도 가만있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처럼 가만히 있으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그 사고에 대해 모든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지겠던가요? 사고가 나고 반년이 훨씬 지났는데 해당 해운사는 지금 어떻게 됐나요?
관련 공무원들은 또 어떻게 됐나요? 해경은 무슨 연유가 있어 구조에 그렇게 소극적이었나요? 그리고 사고 후에 뭐가 바뀌었나요? 해경을 해체하고 신설된 국가재난처가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있는 건가요?
이제는 진저리가 나니 그만 하자고 얘기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흘린 눈물도 저무는 이 해와 함께 그냥 묻어야 하는 건가요?
우리사회가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정부도 마찬가지고 언론도 마찬가지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찬반양론으로 가르는 경향들이 일반화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뒤로 빠져버리니 진보의 옷을 입거나, 보수의 옷을 입은 철없는(?) 국민들만 갑론을박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도 그런 식으로 문제가 사그라들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온 국민이 같이 눈물을 흘렸다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서로 싸우다가, ‘이제 어지간히 하지?’하면서 논의 자체를 중단시켜 버리는 국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연 세월호 문제를 이대로 놔두어도 되는 건지요?
지금 우리 사회는 정권이나 자본이나 기득권에 적대적이라고 판단되면 그 행위 자체를 억압하고 금지시켜 버리는 경향들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민들로 하여금 궁금한 것이 있어도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라고 우격다짐을 하는 느낌도 자주 받습니다. 지금처럼 온갖 의혹이 난무해도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세월호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 배가 왜 침몰 했는지, 침몰 초기에 해경은 왜 적극적인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정부는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온갖 의혹에 대해 왜 쉬쉬하는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도 어느 것 하나 밝혀지는 것이 없습니다. 발표는 하는데 국민들이 믿지 않는 것이 더 문제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수수께끼가 늘어날수록 분노와 절망도 함께 자라는 법입니다. 이러한 의혹들이 세월이 지나면 밝혀질까요? 올해 우리가 많은 일을 겪었으니 내년에는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국민이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까닭은 권력자들이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데, 국민인 우리는 이러한 조국이 자꾸만 낯설어집니다.
허물은 인간의 굴레입니다. 지도자라고 예외일 순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적어도 지도자라면 최소한 한 가지 덕목만은 갖춰야 합니다. 바로 포용력입니다. 포용력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싫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알고, 남 탓 하지 않는 것입니다.
잘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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