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국가원로회의 위원, 민선1기 前동작구청장)

한국일보가 2013년 9월 2일자 보도에서 지역감정으로 호남을 비하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의 심리전에 넘어간 광주인들’ 등으로 표현한 아이디(ID) ‘좌익효수’의 사용자가 검찰 수사 결과 국가정보원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국정원 부정선거 실태가 낱낱이 공개된 바 있다. 아이디 좌익효수는 “뒈지게 패야된당께 홍어종자들”, “절라디언”이라는 문장과 단어를 집중적으로 게시했다. 이 말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등에서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면서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은어다.

- “충청에서 총리 후보가 나오는데 호남 분이 계속 질문하잖아요”, “보니까 다 호남 분 같은데”
지난 2월 11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경기도 분당 땅 투기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이 후보자 처가 쪽에 판 강희철 명예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새정치연합 유성엽 의원이 강씨에 대해 “정말 친구가 맞는지 돕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하자 그는 “충청에서 총리 후보가 나오는데 호남 분이 계속 질문하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많은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강씨는 “보니까 다 호남 분 같은데”라며 의도적인 지역감정 조장발언을 해 한때 청문회장이 술렁였다. 충청도 출신 총리후보이니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청문회에 호남의원들이 함께하면 안 된다는 뜻인지 이를 본 국민들도 어리둥절했다.  

- “전라도는 절대 안 바뀌어요. 대구 사람들이 못 따라갈 절대 수꼴들이죠”, “전라도 관련성으로 유죄 판결이 날 듯”
현직 수원지법 이모 부장판사가 지난 2008년부터 네이버 아이디 3개와 다음 아이디 2개로 1만개 가까운 뉴스 댓글 등을 작성하여 물의를 빚고 있기도 하다. 이 부장판사는 호남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을 댓글로 표현해 그를 보아온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현 법관 윤리강령에는 “법관은 혈연·지연·학연·성별·종교, 경제적 능력 또는 사회적 지위 등을 이유로 편견을 가지거나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으나 그는 노골적인 호남 비하 등으로 대법원의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망국적 지역감정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지역감정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지역감정 얘기 자체를 안 하는 거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선거 때만 되면 지역감정을 부추겨 정권적 이익을 보려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결국 정책이 아닌 지역으로 분열되는 선거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물론 대법원 선고까지 기다려봐야 하지만,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국정원이 온라인상에서 편향적 댓글을 통해 정치개입을 한 선거법위반 항소심 판결이 주는 파장과 교훈은 참으로 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가정보원의 소중한 기능과 조직을 특정 정당 반대활동에 활용한 증거가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동으로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과연 이것이 나라를 위한 일인지 숙고해 볼 일이다.
국정원 댓글 중 나오는 “전라도=빨갱이”식 논리라면 결국 특정지역을 빨갱이로 몰아 지역감정을 부추겨 나라의 안보를 지킨 것이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다분히 안보를 이용하여 특정 정권의 당선을 유도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러니 어찌 나라의 안보가 걱정되지 않겠는가. 
그래서인지 나라가 갈기갈기 갈라져 있다. 친정부면 보수꼴통이고, 반정부면 종북 빨갱이가 되는 세상이다. 합리적 보수와 건전한 보수가 함께 조우하는 중간지대가 없다. 어른들이 싸움을 말리기는 커녕 도리어 그 싸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에 젊은이들은 근대화의 주역인 어른들을 존경하고 못하고, 오히려 시대의 뒷방 늙은이로 취급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가 취임 후 국립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했다.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너무도 바람직한 일이다. 이승만·박정희·김대중·노무현 등 현대사의 굵직한 정치지도자들이 우리사회에 만들어낸 업적도 함께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한 때다. 만일 지역감정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엔 영원히 전라도와 경상도의 권력이 등장하면 안 된다. 권력의 상대성 때문이다.
21세기는 분명 인종․종교․국경․이념 등 장벽이 없는 글로벌 시대로 가고 있는데, 아직까지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는 과거 망국적 지역감정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때문에 과연 누가 이 망국적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는 가에 대한민국 미래 운명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작금의 상황에서 ‘지역감정 방지 특별법’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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