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국가원로회의 위원)

‘산해경(山海經)’은 중국 선진(先秦) 시대에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신화집(神話集)입니다. 그 산해경에는 해외동경(한반도)을 ‘군자불사지국(君子不死國)’이라 쓰고 있습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한반도에서 찾으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수은을 불로초로 착각하고 마시고 죽은 진시황이나, 불로초를 찾아나선 서복이나 진짜 불로초의 의미를 몰랐던 것입니다.
한국의 군자들이 죽지 않는다는 말은 군자(신선, 도인, 대인)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안 죽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한국은 물 맑고 산이 깊어 심신을 수련하기에 적합한 땅입니다. 그래서 고대부터 백두산을 중심으로 군자들이 많은 것입니다.
하늘과 산과 땅과 사람의 기운을 일치시키면 우주일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불로의 길은 마음을 비우고 탐욕을 버리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그래서 신선, 도인, 대인이 되면 병이 걸릴 일이 없고 오래 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바로 무병장수를 가져오는 불로초는 양심을 회복하고 도심(道心)을 기르는 것이지요. 오늘날 자기양심까지 속이며 탐욕을 쫓는 무리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순리에 반하는 행위는 탐욕이고 죄입니다. 그 탐욕이 죄가 되어 고통에 허덕이다가 결국 병 걸려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이 중생입니다. 진시황은 오래 살고 싶었지만 결국 50세에 죽었습니다.
죽음 앞에 부와 권력과 명예가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결국 마음을 비우고, 탐욕을 버리고, 소탈하고 검소하게 큰 근심거리 없이 양심적으로 사는 길이 무병장수의 지름길임을 알아야 합니다.
불로불사가 인간의 소망이라면 생로병사는 인간의 숙명일 것입니다. 영원히 늙지 않는 비결은 세상 어디에도 없겠지만 마음이 몸보다 먼저 늙는 것만 경계해도 우리는 훨씬 더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의 다섯 가지만 경계해도 우리는 천천히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박이후구(薄耳厚口)입니다. 귀가 얇아져서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하고, 입은 두터워져 자기 말만 쏟아내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둘째, 망집(妄執)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자기를 내세우며 고집 피우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망집을 버리고 마음을 풀어 놓으면 늙지 않습니다.
셋째, 중언부언(衆言浮言)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 내용은 없고 말만 많아져 표현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욕심이 없으면 언어가 간결해지게 마련입니다.
넷째, 백우무행(百憂無行)입니다. 백 가지 근심만 할 뿐 아무 것도 행하지 않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걱정이 생기면 몸을 움직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리 하지 않으니 몸이 늙을 밖에요.
다섯째, 고안(故安)입니다. 옛 것에 기대어 안주하려는 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해 열려 있는 마음과 낯선 것들에 대해 관대한 태도, 그리고 끝없는 호기심이 불로의 비책인 것입니다.
젊어지고 싶으면 이 다섯 가지 늙지 않는 비결을 실행해야 합니다. 마음에 욕심을 비우고, 세상을 사랑하며 마음공부에 정성을 기울이면 우리는 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랑의 대상은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일, 꿈, 꿈 너머 꿈, 마음공부, 누구든  얼마든지 깊이 빠지고 몰입할 수 있는 사랑의 대상들입니다. 사랑의 핵심은 ‘이기적 동기’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사랑하면 우리는 늙지 않고 오히려 날로 젊어집니다. 이것이 늙지 않는 최고 비결이지요.
인생의 참다운 보물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영원히 불멸(不滅)하여 세세생생 참 나의 주인공이 되는 우리의 참마음이요, 또 하나는 우리의 그 참 마음을 찾아 참다운 혜(慧)와 복(福)을 얻게 하는 바른 법(法)입니다.
우리가 늙지 않고 오래도록 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안으로 참 마음과 밖으로 바른 법을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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