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보훈지청
보훈과 김민희

8월이다. 찌는 듯한 더위가 심신을 지치게 하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가족들은 이 8월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여름휴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 년간 열심히 모은 통장을 털어 동해로 서해로, 좀 더 여유가 된다면 해외여행까지 어떨까 꿈꾸며 마냥 들떠있다. 그리고 8월 15일 광복절을 기회로 더 길게 여행을 갈 수 없을까 고민해 보기도 한다.
이렇듯 어느 순간부터인가 많은 국경일들이 그 본연의 의미보다는 하루 쉴 수 있는 날, 회사나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날로 더 환영받고 있다. 광복절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 역시 가슴이 뜨끔해지는 것은 선열들의 뜨거운 피로 이룩해낸 조국 광복의 날보다는 지친 일상 속 오아시스 같은 빨간색 날, 단지 여름휴가 떠나기 좋은 날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절이 어떤 날이던가. 혹독한 학정과 약탈로 고통 받던 우리 민족이 모두 거리로 뛰어 나와 만세를 외쳤던 그날, 조국의 광복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온 애국지사들의 피나는 노력과 민족의 눈물이 모여 만들어 낸 그날이 아니던가.
그 광복을 그리며 흘린 수많은 피와, 눈물의 노래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있고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자명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에겐 역사의 한 사실일 뿐, 가슴으로 느끼기엔 너무 먼 이야기가 되고 있다.
보훈 공무원으로 첫 발을 내딛은 어느 봄날 서대문형무소 견학을 간적이 있다. 물론 보훈청에서 일하기 전에는 가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잔인하고 교활했던 일제의 고문실과 사형장, 유관순 열사가 머물렀다는 처참한 지하옥사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든 일제의 잔혹한 탄압 현장. 몰랐던 것은 아니나 실제 선열들이 피를 흘린 현장을 둘러보았을 때 그 전율은 정말 대단했었다. 당신들의 공훈에 열심히 보답하는 보훈 공무원이 되겠노라 다짐까지 했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런 다짐은 기억 저 편에 숨기고 나 역시 8월의 여름휴가 계획에 들떠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서적들이 그날의 환희와 소중함을 말해주지만, 우리가 느끼는 것은 그 순간뿐이니 이 역시 다시 한 번 반성해야 할 문제다.
선열들이 피를 흘린 이유는 당신들 당장의 안위와 행복이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와 우리 후손들을 위함이었을 것이다. 우리 역시 그 덕분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뜨거운 올림픽 응원전을 펼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겠지만 이번 광복 70주년에는 머리로가 아닌, 가슴으로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올림픽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며 흔들었던 태극기를 다시 꺼내어 조국 광복의 감사함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8월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름휴가 때문이 아니라 소중한 광복의 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됐던 달이기 때문이기를 바란다. 또한 광복절은 온 국민의 축제의 날이며, 선열과 후손을 위해, 세계 속의 당당한 대한민국을 위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실천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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