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보훈지청 정승희

5년 전, 국가보훈처에 발령을 받은 나는 '國家', '報勳'이라는 부처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가슴 벅차는 애국심과 무언가의 사명감을 안고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나라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과 그 가족의 영예로운 삶이 유지․보장되도록 보훈정책을 수립하여 지원하며, 민족정기 선양과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훈공무원으로서 일선에서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을 마주하며, 그분들에게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삶에 대한 강한 자긍심과 남다른 애국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훈처의 차관급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셨다. 국가유공자들은 보훈처의 위상을 자신들의 위상과 동일시하여, 국가와 국민이 자신들을 얼마나 인정하는지를 국가기관의 위상에서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보훈처의 연혁을 살펴보면, 1961년 차관급 '군사원호청'으로 창설되어 이듬해 장관급인 '원호처'로 격상되었다. 하지만 1998년과 2004년 각각 강등과 승격을 겪은 뒤 2008년 다시 차관급 기관으로 격하되었다.
미국을 포함해 호주, 캐나다, 영국은 장관급이며,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은 부총리급으로 되어있을 만큼 보훈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는 장관급에 28만여 명의 담당공무원과 정부예산 전체의 3.7%를 쓰고 있고, 우리나라는 차관급에 1000여명의 공무원과 예산규모도 1.76%에 불과하다.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국가예우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겪은 나라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것일까?

국가보훈처의 업무영역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확대되어 현재는 나라사랑교육 총괄부서이자 국민 호국정식 함양, 보훈외교, 제대군인 취업지원 등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위상은 아직 차관급이라는 것은 보훈공무원로서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존립의 기반이며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가보훈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는 국가보훈처의 위상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것은 국가의 자긍심을 중요시 여기는 선진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어느 국회의원의 말이 가슴깊이 와 닿는 이유이다.

보훈은 지난날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예우를 통해 나라를 위한 헌신이 국가 발전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어 지역간, 이념간, 세대간, 국민대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영역이다.
현재 국회에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격상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가보훈처 승격의 문제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자부심의 문제다. 세계유일의 문단국가인 우리나라를 한마음으로 뭉치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은 정책 강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보훈부로의 승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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