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근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사무국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시재생사업...
시작부터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동네를 위한 일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급적 발언을 자제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임계점에 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역설적으로 아직 특별한(?)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니다. 3월에 선정발표가 나고, 7월에 재생센터가 문을 연 이후 ‘눈에 띄게’ 한 것이 없으니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희망동네 역시 도시재생센터 측으로부터 몇 차례의 참여요청을 받았다. 아니 사업선정 이전부터 담당부서 공무원으로부터 협조요청을 받아서 당시 가능한 선에서 이런 저런 협조를 하기도 했었다.
문제는 사업선정 이후인데, 우선 지역의 여러 주체들을 충실하게 만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무려 100억의 사업비 중 작지 않은 금액이 사업의 수행주체에게 지급이 되니 인건비가 부족한 것도 아닐 테고, 사업지역이 동작구 전역이 아닌 ‘상도4동’이니 돌아다니기도 편할 텐데, 발로 뛰는 모습을 발견하기 힘들다.
오히려 일부의 주체들에게 '참여요청'을 하는 것 정도가 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주민참여'의 실체인 것 같다. 이 과정에서 희망동네 역시 몇 차례의 요청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들은 그때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하고 개선을 요청했다.
그 요청내용의 핵심은 '사업을 주민에게 공개하라'였다. 몇몇의 이해관계자를 불러놓고 그들에게 일정한 사업적 혜택과 이익을 보장해주면서 주민들 모르게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은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망동네는 '현재 상태의 밀실형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겠고, 주민에게 열린 공간이 열린다면 1/n으로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런 자리는 전혀 마련되고 있지 않다.
실제로 희망동네 사무실이 위치한 동작구 상도4동에는 사업선정당시 동작구청이 내건 현수막 이후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현수막 한 장 걸린 걸 본 기억도 없다. 솔직히 1개 동이면 현수막 10장만 걸어도 동네에서 눈에 밟히는 게 사실이다.
오늘도 상도4동 주민들과 술 한 잔을 하는데 한 분 왈, “상도4동이 뉴타운인가에 선정됐대요. 애들이 그러는 데 인터넷에 나왔다는데?”라고 하시기에 “아~ 도시재생사업이요?”라고 되물어보니 “그건가?”라고 말했다. 상도4동에서 수십년 사람들조차 이 사업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처음 이 사업을 신청할 때 아주 짧은 시간에 구청이 나서서 100여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총회를 했었다. 물론 서류를 작성하기 위한 자리였으니 제대로 주민들이 모이는 자리였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불과 1~2주만에도 100여명을 모을 수 있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가 없었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며칠 전 당일에서야 연락이 와 참석하기를 거부했던 자리에 5명이 모였다고 한다. 당일 담당자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한 이야기는 “상도4동에서 마을공동체 관련한 일을 하는 분들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였다. 상도4동에 마을공동체와 관련해서 일을 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고작 5명일까? 내가 마음먹고 전화를 돌려도 2시간 만에 10명도 넘게 모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고 그 자리에 참여한 이들의 의견을 모으고 그 안에서 역할을 할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센터와 그에 협조하는 몇몇이 모여서 사업을 진행하는 행위는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려울 것 같다.
도시재생사업의 목적은 몇몇 단체의 이익을 위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적지 않은 공무원들의 입에서 ‘마을공동체 사업과 과거 관변단체지원사업과 다른 것이 뭔가?’고 묻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동작구에서는 여러 사람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일단 이러한 문제의식을 도시재생센터 측에 전달하고, 이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공식적인 대응을 하기로 했다.
머지않아 서울시에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주민의 인지도, 이해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장담하건대 ‘상도4동 도시재생사업'은 지역주민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업이거나, 불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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