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동작지사 안경숙 지사장

 “퇴직 후에 오히려 더 바쁜 삶을 살았어요. 요가, 요리, 화초재배, 중국어도 배우러 다녔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죠. 난 단지 내 삶에 난 구멍을 채우고 싶었어요!”
최근까지 극장가에서 흥행을 이어오던 영화 ‘인턴’에서 주인공인 ‘로버트 드 니로’가 70세에 시니어인턴을 지원하면서 하는 말이다. 그는 부사장으로 은퇴하여 부족함 없이 살고 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은 삶의 구멍이 있다고 느낀다. 아침마다 출근하던 그 때를 그리워하며 다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던 그는 재취업에 도전하게 된다.
55세에서 60세까지 은퇴를 앞둔 분들과 ‘노후준비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취업을 해서 한 달에 100만원이라도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하신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그런 분도 있지만 연금이나 재산수익이 제법 되시는 분들도 돈을 떠나서라도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 하신다. 그런데 막상 퇴직 후에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고 찾는다 하여도 ‘로버트 드 니로’처럼 자기경험을 재산으로 멋진 여성 CEO의 자문역할을 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우리지사가 운영하는 국민연금 수급자 모임에서는 은퇴 후 생활을 활기차게 보내시는 분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공공단체에서 회장을 역임하신 송 선생님(남,63세)은 서예, 트럼펫, 성악 등 평소에 본인에게 있던 자질을 다시 개발하여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고 계시고, 장승백이에 있는 소극장에서 배우로 활동하시는 김 선생님(남, 63세)은 언제나 “즐겁게 놀아봅시다!”를 삶의 모토로 삼고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계신다. 시를 쓰시고 시낭송을 하시는 김 선생님(여, 63세)은 수급자 모임에 오실 때마다 늘 단아하고 멋스러운 옷차림으로 시선을 모을 뿐 아니라 모임이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시 한 수를 즉석에서 낭송하신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서는 젊은 시절부터 노후의 기본생계 유지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하는 것은 필수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준비를 갖추고 있는 분들 중에서도 보람 있고 즐거운 노후를 보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직장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났을 때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고독과 우울함에 방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은퇴 전에 자신이 진정 원하는 생활이 무엇인지 신중한 ‘노후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독일의 심리학자 하르트무트 라데볼트는 “늙는 것은 저절로 되지만 행복하게 나이드는 것은 배워야 하는 일이다. 수명연장과 함께 우리에게는 지금까지의 의무나 강제에서 벗어나 우리 인생을 스스로 만족하게 살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이 꼭 하고 싶었으나 일 때문에 못해본 꿈, 평생 직장을 위해 일하다 돌보지 못한 가족과 소통하는 방법, 자신만을 생각하느라 신경 쓰지 못했던 이웃을 향하여 눈을 돌리는 그런 은퇴설계를 해보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도전하는 것도 행복할 것이고 평생 쌓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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