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보훈지청 보훈과
구혜영

영국의 낭만파 시인인 퍼시 비시셀리는 “역사란 시간이 인간의 기억 위에 써내려간 순환의 시(時)”라 말했다.
즉, 역사는 인간의 기억 저편에 절대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도 같은 의미라 해석할 수 있다. 옛 선조의 삶이 오늘 날의 우리들 삶에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나온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모를까 어느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영화 한편이 우리의 심금을, 더 나아가 애국심과 역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바로 1,000만 관객이 관람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모티브로 제작한 「명량」이라는 영화다.
어떻게 보면 어렸을 적부터 수도 없이 읽었던 이순신 장군의 위인전 내용을 영상으로 옮긴 것이라 평가절하할 수 있지만, 왕의 신하이자 아버지이며 수군을 이끄는 장군으로서 인간적인 번민과 인간미를 그린 시나리오와 단 12척으로 330척의 왜군에 맞서 단 한 척의 피해도 없이 승리를 이끄는 드라마틱한 영상은 우리가 잊고 있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과 애국심 더 나아가 역사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올 정도로 말 그대로 광풍을 불러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역사는 지나간 고릿적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감동과 교훈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국정교과서’ 문제에서 보듯이 역사 교육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나라의 근본을 세우고 국민의 의식까지도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도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줄곧 경제성장을 위한 산업 분야에 대한 절대적 관심에서 얼마 전 타계한 애플사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아이패드 출시 설명회에서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애플의 DNA는 기술과 인문학이 만드는 교차점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로부터 받은 영향을 부인할 수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과거 어느 때보다 인문학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하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문학이란 역사, 언어, 문학, 철학을 통칭하는 의미로 과거에 돈이 안 되는 학문으로 치부되었던 인문학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이는 물질적 풍요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궁금증이 생겨났고, 그것에 대한 해답은 인문학 즉, 과거 선조의 희생과 지혜가 점철된 바로 역사인 것이다.

3월 25일은 첫 번째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된 날이다.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하며, 잊어서도 안 되는 천안함 피격사건, 제2연평해전 등 북한 도발에 맞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웅들을 추모하는 날인 것이다. 「서해수호의 날」은 여타 다른 추모 기념일처럼 정부, 희생자 유족 등 그들만의 추모 행사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 믿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역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안함, 제2 연평해전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 고귀한 생명을 바친 호국영웅들의 희생정신은 세대에 걸쳐 이어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역사는 다음 세대 아니 대대에 걸쳐 말할 것이다. 서해를 수호하기 위한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그리고 불타는 애국심을.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고 감동하는 현실 속에 우리처럼 수십 년 후에 우리 후손들은 「서해수호의 영웅들」이란 영화를 보면서 감동하는 그날을 그려본다. “역사란 시간이 인간의 기억 위에 써내려간 순환의 시(時)”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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