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색깔 보물, 대방동 오둥이
오형제가 만들어가는 특별한 행복

 
대방동의 한 주택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골목길에 아주 특별한 가족이 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5월의 햇살을 받아 뽀송뽀송 말라가고 있는 아기옷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앙증맞은 풍경의 주인공은 바로 ‘대방동 오둥이’ 가족. 두 번의 출산으로 오형제의 부모가 되어 남다른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아빠 이준석 씨와 엄마 남연우 씨를 동작신문이 만났다.
어린이집에서 막 돌아온 여섯 살 삼둥이(도원, 성원, 준원 : 2011년 4월생)와 이제 막 돌을 맞이한 쌍둥이(정원, 재원 : 2015년 5월생)가 낯선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 삼둥이에 이어 쌍둥이, 세상 놀라게 한 겹경사
2009년 결혼한 부부는 2년 만에 삼둥이를 얻었다. 어려운 시간도 있었지만 엄마는 힘을 다해 아이들을 지켜냈다. 32주 만에 세상에 나온 삼형제는 온 가족의 사랑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났다.
“무럭무럭 성장하는 삼둥이를 보면서 정말 기쁘고 신기했어요. 어느 정도 키워놓고 나니 문득 아들도 예쁘지만 딸이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다가 갑작스런 느낌에 병원에 갔더니 임신소식이... 게다가 또 쌍둥이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웃으면서 회고하지만, 당시에는 힘들었을 이야기. 3형제의 장남인 이준석 씨는 그렇게 5형제의 아빠가 되었다.
“젖병 20개 소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삼둥이 때에 비하면 지금은 수월한 편이에요. 육아에 대한 것을 전혀 몰랐었는데 아빠가 되고 나서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모든 것을 접어두고 ‘아빠’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도 순간순간이 참 행복해요.” 다섯 아들을 키우면서 육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빠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즐거워 보이던 이준석 씨의 말이다. 
이준석 씨에게 육아란 아내가 해야 할 일을 남편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의 일’이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아내를 최대한 배려해 육아의 많은 부분을 기꺼이 감당하고 있다. 같은 건물에 살고 계시는 어머니도 부부에게는 너무나 든든한 지원군이다.

□ 2016년의 봄날, 오둥이 아빠의 일상은 어떨까
6시 50분 기상. 혹시나 아기들이 깰까 봐 진동 알람에 불을 켜지 않고 어두운 집에서 조용히 아침 식사를 한다. 7시 30분까지 출근,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4시 30분 퇴근. 5시에 귀가하는 것과 동시에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된다. 특히 아이들의 목욕과 이발은 전적으로 아빠의 몫이다.
에너지 넘치는 삼둥이와 온 몸으로 놀아주는 것 역시 아빠의 중요한 일이다. 8시~9시까지 온전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모두가 잠든 후에야 비로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잠들기 전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더 좋은 아빠, 더 건강한 아빠가 되기 위해 건강과 자기계발을 위해 틈틈이 노력한다.
휴일이 되면 세쌍둥이와 함께 집 주위 공원으로 나들이를 간다. 뛰어노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을 위한 시간이다. 아이들 엄마와 쌍둥이 동생들도 함께 하면 좋겠지만, 영유아를 포함한 일곱 가족이 외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 다둥이에 대한 배려, 보육정책의 사각지대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가족의 힘만으로 육아를 감당하기 버거울 때가 많았다. 다둥이의 경우 육아도우미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섯 명의 영유아가 있는 가정을 선뜻 찾아주는 도우미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육시설 이용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보육시설 부족은 뉴스에서도 자주 언급되어 온 문제다. 다둥이 가정의 경우 누구보다 공공보육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삼둥이가 공공보육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둥이네는 맞벌이 가정 게다가 형제도 여러 명인 가정이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존 취학아동 가정 우선 정책(형제자매가 기존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 동생들은 최우선 입학이 가능)에서는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3명의 아이가 모두 같은 나이이기 때문에 2자녀 가정들보다 순위에서 밀려 국공립어린이집에 입소하지 못한 것.  ‘다자녀 우선 정책’이라는 용어 속에 쌍둥이 및 삼둥이에 대한 고려는 포함되지 못한 듯하다. 공공 보육시설도 부족해 현재 삼형제는 각기 다른 시설에 다니고 있다.
일회성 출산지원금, 외식할인 위주의 다둥이카드, 한도가 애매한 자동차등록세 감면 혜택 등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도 다둥이 가정으로부터 제기되어 왔다. 자동차 등록세 감면의 경우 대략 3,000만원 이하차량만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다둥이를 위해 카시트를 장착할 수 있는 차량은 이 금액을 초과해서 해당이 안 된다.
담당 공무원과 논의를 해 봐도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의 제도 하에는 세제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 세단 차량은 카시트 장착이 2개밖에 되지 않아서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대부분의 가정이 1~2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인지 다자녀 가정을 위한 세심한 배려는 부족하다. 다둥이카드 혜택도 주로 외식과 놀이공원 위주라서 외출은 쉽사리 엄두도 못내는 다둥이 가정을 생각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고충을 다둥이 가정의 특성에 따른 개인적 어려움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고, 다둥이 출산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 보육환경 조성에 다둥이를 위한 배려들이 보다 많이 포함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육아를 각 개인에게 맡기기보다는 아이들을 마음 놓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미래에 우리 사회의 동량이 되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동력이 될 귀한 아이들이잖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준석 씨가 들려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이들에게 평생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친구를 만들어주었다는 기쁨이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커요.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라는 것이 제 소망이자 목표예요.”
좌충우돌 육아일기를 들려주면서도 아빠의 얼굴에서 잠시도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대방동 오형제가 아빠의 바람처럼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하며, 보물 같은 다섯 아이들의 소중한 시절을 이웃의 한 사람으로 함께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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