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김기옥


여름 장마를 알리는 비가 내린다
초저녁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섬마을 다다미 위에 누워 듣는다

그 소리는 먼 기억의 화폭을 열어준다
맨발로 논둑 위를 뛰어 다니던 어린 시절
비오는 날이면 마냥 좋아 뛰고...

우산을 사 줄 여유가 없던 아버지는
“비 맞으면 키 큰다”고 달랬고
아들은 보자기 책보를 허리에 매고 빗속을 뛰었다

그 발걸음은 논둑에서 신작로로 고속도로로
그 영역은 대학으로, 사회로, 국가로 이어졌다
숨 가쁘게 뛰어온 그 길에서...

앳된 소년은 백발이 되었고 그의 눈길은
발끝에서 먼 미래로 이어져 잃어버린 섬
대마도의 한적한 어촌에서 ‘한’을 달랜다

이 비가 그치기 전에 이 땅을 찾아야 하는데
의욕만 앞서고 발걸음은 더디다

'내 기도는 느보산에서 그칠 것인가?!'

- 2016 .6. 21 대마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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