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신문이 만난 인물 - 동작구장애인평생교육원 조 남 선 원장

세상을 향해 내딛는 한걸음,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합니다
“장애인 인권, 일상의 보편적 편의를 누릴 권리에서 출발”

 
2016년 봄날이 막 시작되던 지난 3월, 동작구청 정문의 풍경이 변했다. 경비실이 자리잡고 있던 동작구의회 건물 1층에 아담한 카페가 들어선 것. 이곳은 희망나눔장애인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하랑’이다. 상주하는 공무원들은 물론 구청을 찾는 민원인들에게도 반가운 공간이다. 
카페하랑의 전반적인 관리와 운영은 동작구장애인평생교육원 조남선 원장이 지휘하고 있다. 시원한 음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부쩍 많아진 한여름 오후, 조남선 원장이 동작신문 취재진에게 귀한 시간을 내어 주었다. 

□ 장애로 인한 불편 없었던 유년의 기억 
조남선 원장은 1961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보낸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은 산과 들을 누비며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기억으로 풍요롭기만 하다. 친구의 ‘장애’를 ‘개성’의 하나로 생각했던 죽마고우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조남선 원장에게 장애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 모든 운동을 좋아했었고 특히 한 때 푹 빠졌던 탁구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의 실력을 쌓았다. 고교 시절에는 교내 탁구대회에 반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거머쥘 정도였다.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서로가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성장했던 것 같아요. 이렇다 할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무한 시절이었지만, 장애 때문에 일상생활이 크게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어요.”

□ 치열했던 직업인에서 장애인을 위한 봉사자로
1991년 서울에 자리를 잡았고, 1997년 흑석동에 정착하면서 동작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성실한 가장으로 또한 열정적인 직업인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조남선 원장의 삶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관상동맥 수술을 받게 되면서부터이다. 
“건강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는데, 수술을 받고 나서 유의해야 할 부분들이 생겼죠.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어요.”
조 원장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절대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각별히 건강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마냥 쉬고 싶지는 않았고 지난 시간의 경험을 되살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내와 두 딸은 이런 가장의 마음을 이해하고 봉사활동을 권유했다. 이를 계기로 녹색교통장애인협회 동작지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동작구장애인단체협의회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동작구장애인평생교육원 원장을 2년 반째 역임 중이다.

□ ‘세상을 향해 내딛는 한걸음의 위대함’ 알리고 싶어
동작구장애인평생교육원은 ‘교육과 정보로부터 소외된 사회 환경을 개선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2009년 2월 20일 ‘동작구 장애인 무료 컴퓨터 교육원’을 개원했고, 2010년 4월 27일 동작구장애인평생교육원으로 등록하면서 운영에 활기를 띄게 되었다. 서울시데이터센터로부터 장애인집합정보화교육기관으로 선정되었고, 동작구청으로부터 평생교육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등 명성을 쌓아가고 있으며, 2016년 현재 제34기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조남선 원장은 제1대 김명기 원장, 제2대 장욱진 원장의 뒤를 이어 3대 원장의 직분을 수행하고 있다.
영어, 컴퓨터, 한자 등 12~13개 강의가 2개월 단위로 진행된다. 1,300여 명의 회원이 소속되어 있으며 매월 200~300명의 수강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비장애인도 수강할 수 있지만 모든 강의는 장애인 우선으로 모집된다. 장애인평생교육원과의 인연은 전문분야를 배우고 사회성을 기르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위치 : 지하철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6번 출구 앞 성모빌딩 4층 / ☎ 823-4833)
조남선 원장과 동작구장애인평생교육원의 목표는 ‘장애인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많은 장애인들이 일단 집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세상을 향해 한걸음을 내딛기만 하면 많은 것이 달라지기 시작해요.”
장애인평생교육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던 조남선 원장이 거듭 강조했던 이야기다. 교육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집 밖으로 나와서 교육장소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 자체에 엄청난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 장애인 인권, 어렵고 복잡하게 접근하지 말아야
장애인의 사회적 활동에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단순한 예로, 조남선 원장은 구청 정문의 카페에 상주하고 있지만, 계절이 바뀔 동안 구청 지하에 위치한 구내식당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싸고 맛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해서 한 번도 못 가 봤어요.”
누구나 누리고 있는 일상의 편의가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관리 위주, 실적 위주의 행정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 편의를 누릴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장애인 정책의 출발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장애인 복지의 궁극적 목표인 장애인의 사회적․경제적 ‘자립’도 여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조남선 원장은 장애인편의시설 캠페인에 수시로 참가하고, 중증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토론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장애인식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장애인은 무심하게 지나치는 낮은 턱일지라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쉽게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 환자, 영유아 등의 보행약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 많아지면 모든 보행약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을 배려하는 사회는 곧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게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된다. 
“장애인 인권에 대해 복잡하게 접근하지 않았으면 해요. 가장 중요한 대목은 ‘장애인을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장애인 자립의 꿈 영글어가는 ‘카페하랑’
카페하랑에서는 매주 금요일 장애인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 중이다. 본 교육에는 7명의 장애인과 3명의 봉사자가 참여 중이며, 가톨릭바리스타협회(회장 김미선)와 흑석동 성당 이경훈 신부가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즐거운 강의로 수강생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조남선 원장의 목표는 바리스타 수강생들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취․창업 과정까지 체계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서 바리스타가 배출되면 카페하랑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충분히 숙련된 다음에는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는 것이 조 원장의 설명이다.
수익 창출을 위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카페하랑을 지키는 조남선 원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최선 다 하며 살아가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밝히며, “장애인의 활동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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