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보훈지청 보훈복지사
우 승 아

서울남부보훈지청에서 보훈복지사로서 국가를 위해 공헌하신 국가유공자분들에게 보훈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분들의 요구와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해드리는 일은 언제나 즐거움 반 안타까운 반이다.
올해도 날이 추워지는 요즘에 6.25참전어르신들을 찾아뵙는다. 가장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그분들은 외롭다. 대부분이 한국전쟁을 직접 겪으신 분들로 총탄이 빗발치던 전투의 현장에서 목숨은 건졌지만, 평생을 포화의 기억과 고통 속에서 살아오신 김 할아버지, 꽃다운 스물세 살에 전쟁으로 청상과부가 되어 갖은 고생을 겪으며 아들 하나 키워보겠노라 세상풍파를 등에 졌던 박 할머니…….
그분들께 있어 전쟁은 반세기 전 휴전을 맺고 끝난 과거의 전쟁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 소리 없는 전쟁의 연속이다. ‘역사의 산 증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르며 초라하게 살아오신 것이다.
대부분 가족이 있으나 생업으로 인해 돌보지 못한다거나, 생활고로 인해 연락조차 끊긴 자식을 대신하여 때로는 딸처럼, 때로는 친구노릇도 해달라고 보훈섬김이 선생님들을 격려하며, 이일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며 봉사하는 본인에게도 큰 위로로 되돌아오는 행복임을 늘 강조하고 있다.

많은 국가유공자분들을 국가보훈처의 이동복지사업을 통해 만나고 다른 대상자보다 갑절의 힘이 들지만 나 역시 그분들로 인해 보람과 행복과 위안을 받는다.
늘 차량으로 이동하는 나를 위해 매일 잊지 않고 기도를 해주신다는 어르신, 생신 나들이 때 슬그머니 밥그릇 위에 밥 한술을 더 얹어 주시는 할머니, 안마 프로그램 참가하실 때마다 사탕이며, 자두며, 군것질거리를 말없이 손에 쥐어주시는 어르신들…….
그분들을 위해 보훈복지사로 봉사할 수 있는 나의 작은 노력이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행복한 노후를 선물해 드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끝으로 칭찬의 편지를 보내주신 중상이자 어르신의 편지 한 구절을 소개한다.
‘저는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2009년 2월초 당시에 만65세와 노인성질환이 아니라고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중략]
보훈복지사가 방문하여 상담 및 현장을 확인한 다음 서비스를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과 상세한 설명 덕분에 10여 년 동안 침대만 누워있으면서 좌절만 하였던 저로서는 매사에 의욕이 생겨서 연속되는 좌절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신 고마우신 복지사입니다…….[생략]
한달에 1~2회씩 전화로 서비스 후의 변화 등에 대하여 확인하는 한편 직접 방문하여 따뜻한 말을 하는 등…….

우리 가정에서도 몸이 불편한 사람이 한사람만 있어도 온 가족이 장애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6.25참전유공자의 평균 연령이 83세 이상 되신 분이 많은 국가보훈처의 찾아가는 이동보훈복지서비스(보비스 Bohun Visiting Service) 정책이야 말로 어느 기관의 정책보다 우수하고 나 또한 이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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