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동작을 국회의원

< 국회의원 칼럼 >

전통시장이라 하면 누구나 어릴 적 엄마 손에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신기한 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도 먹었던 추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비좁은 골목길, 빈틈없이 깔린 좌판을 어깨를 부딪혀가며 물건 값을 흥정도 하고, 손님은 좋은 물건 사서 좋고 주인장은 팔아서 기분이 좋은, 한 움큼의 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그야말로 정이 살아있는 곳이다. 이렇게 전통시장은 우리의 추억들을 간직한 곳이고, 또한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해 왔다.
대형마트의 등장과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전통시장은 예전만큼의 활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함께 시장상인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잊을만하면 일어나는 크고 작은 화재 사건들이다.
전통시장이 간직한 세월의 향기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대화되지 못한 낡은 시설들과 시장 상인들의 안전 불감증은 언제 불이 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화재가 한 번 일어나면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민족 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최근 약 1천억원의 피해를 남긴 대구 서문시장 화재와 상인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간 여수 수산시장 화재가 남의 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을 기우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들은 이런 재난을 겪으면서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렸을까. 아마도 ‘화재예방’이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을까?

말로만 화재예방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화재예방 효과를 거두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제안해 본다.
하나, 동작소방서를 비롯한 전국의 소방서에서는 화재예방을 위해 다양한 훈련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방서의 훈련을 함께 해보면, 길을 비켜주지 않는 자동차와 소방차 출동로에 튀어나온 상점 진열대를 목격하면서, 아직도 안전에 대한 우리의 시민의식이 더 투철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누구보다 화재예방에 앞장서는 소방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훈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알게 모르게 화재예방에 대한 안전의식이 심어지고 있을 것이다.
둘, 전통시장의 화재예방은 누구보다 상인 스스로가 앞장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상인은 물론 방문하는 고객들 모두의 안전수칙 준수가 전통시장 화재예방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시설의 현대화도 물론 필요하지만, 나부터 안전수칙을 지킨다는 자세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셋, 국민안전처에서 앞장서고 있는 ‘소소심’(소화기, 소화전, 심폐소생술) 캠페인의 첫 ‘소’인 소화기를 각 점포마다 구비하는 것이다. 전통시장 점포들은 생업에 치우쳐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점포 내 잘 보이는 곳에 비치된 소화기 하나는 화재 초기에 소방차 1대와 맞먹는 위력으로 점포 및 전통시장 전체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

화재예방 수칙을 준수하여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전통시장을 만들어 간다면, 손님들 또한 전통시장의 멋을 느끼고, 정을 나누기 위해 언제든지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살을 에는 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날마다 변함없이 아침을 여는 전통시장이 화재로부터 안전하기를 기원하며, 우리 모두 화재예방에 너나없이 앞장서주시길 당부 드린다.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정유년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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