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가치에 매료된 남도청년, 동작주민의 이웃사촌이 되다’
이사장 취임 10주년, 명품 신협 내실 다지며 나눔과 봉사 실천

 
 
2월 7일 동작신협의 제35차 정기총회가 개최되었다. 혹한의 날씨 속에서도 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서울여성플라자를 찾아 지난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의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982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그 역사가 시작된 동작신협은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면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2016년 말 현재 자산 2,100억을 돌파하며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고 장승배기본점과 성대점, 노량진점에서 성업 중이다.
동작신문이 2월 10일 동작신협 임정빈 이사장을 만나 신협의 역사와 역할, 협동조합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월말까지 스케줄이 빼곡하게 잡혀있는 분주한 일과 속에서도 임 이사장은 매우 긴 시간을 동작신문과의 인터뷰에 할애하며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식과 지혜를 아낌없이 취재진에게 들려주었다.
  
2017년은 임정빈 이사장이 동작신협을 이끌어 온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연합회 상무였던 1992년 동작구에 파견된 것이 출발이었으니 동작구와 함께 한 세월이 25년을 훌쩍 넘었다. 1995년부터 전무 직분으로 조합의 실무를 책임졌으며 2007년 제25차 정기총회에서 이사장으로 당선되면서 동작신협의 성장을 선도해왔다.
임정빈 이사장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눈에 띄는 변화들이 감지되었다. 동작신협의 다양한 활동 가운데 ‘나눔, 문화, 봉사’의 비중이 매우 커졌다. 2008년 한 해에만 고추모종 나누기, 신안 임자도 천일염 배포, 문화의 밤 행사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 후에도 쌀 나눔 행사, 조합원 환갑 및 칠순여행, 소리모아합창단 정기연주회, 이웃돕기 바자회, 연탄 나누기, 독후감 대회에 이르기까지 동작신협이 추진하는 행사들은 나날이 다양해지고 풍성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협동조합’의 가치에 대해 남다른 신념을 품고 있는 임정빈 이사장이 있었다. 임 이사장은 협동조합에 대해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경제적 자립과 사랑의 실천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연륜과 경험에서 나온 명쾌한 정의였다.
임정빈 이사장과 협동조합의 인연은 청년 시절이었던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보성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임 이사장은 ‘가나안농군학교’에서 교육을 받던 중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에 눈을 뜨게 되었다.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던 청년이었죠.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단점과 공산주의의 허점을 보완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편’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패기 넘치던 남도 청년은 1976년 협동교육연구원에서 지도자교육을 받았고, 고향땅에서 지인들과 힘을 모아 ‘조성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자산 19,200원으로 출발한 조성신협은 설립 2년 만에 1억원 돌파기념 잔치를 열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농어촌 신협의 모범 사례로 손꼽혀 해외 신협 관계자들이 견학을 올 정도로 명성을 떨쳤다. 이 과정을 주도한 임정빈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월 1회 정기교육을 철저하게 추진했다. 교육 과정의 끝은 성대한 마을잔치로 마무리하며 조합원들과 지역주민들이 화합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산 8억원 규모에 도달할 때까지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조성신협은 출범 7년 만에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만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협동조합의 이념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청년 임정빈도 큰 충격을 받았지만 조성신협의 몰락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 희로애락을 함께 해 준 조합원들의 얼굴을 떠 올리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고, 4억까지 추락했던 자산을 28억 규모로 끌어올리며 사태를 완벽하게 수습했다.
이런 경험은 전문 경영인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고, 여러 악재를 겪어왔던 노량진수산시장의 신협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1992년 연합회 소속 상무로 파견된 임 이사장은 조성신협에서의 경험을 되살려 노량진수산시장 신협의 정상화를 위해 사력을 다 했고 누구도 해내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그 시절에 품었던 열정과 진심은 동작신협 이사장이라는 직분을 수행해 온 지 10년이 된 지금도 한결같다.

“동작구는 참 특별한 곳이에요. 겉모습은 도시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다운 시골 같아요. 어린 시절 고향마을과 다를 바가 없어요.”
경영인으로서 전문적인 견해를 들려줄 때는 날카롭게 빛나던 임정빈 이사장의 눈가에 다정한 웃음이 깃들었다. 마을에 대해 또 이웃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어김없이 미소가 감돌았다. 나눔, 환원, 사랑, 봉사를 떠올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눔이라는 것, 환원이라는 것은 참 놀라운 일입니다. 10을 주었으면 10이라는 손해가 나야 계산이 맞는 건데 정말 이상하고 신기하게도 100이라는 이익이 돌아오거든요. 동작신협이 여러분을 위해 작은 사랑을 베풀면 너무나도 큰 사랑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2017년 2월의 임정빈 이사장은 현재의 위상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큰 나눔과 환원, 상생을 위해 15년 후를 내다보는 중장기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취재진은 인터뷰를 마친 후에 이사장실의 달력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혹시 일정이 비어있는 날이 있다면 임정빈 이사장의 원대한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듣고 싶었다. 임정빈 이사장과 동작신협이 내딛고자 하는 모든 걸음의 중심에 ‘이웃사촌’이라 부르는 동작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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