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평 연
서울지방병무청장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보니 라디오를 자주 듣게 된다. 요즘 들어 종종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는데 ‘행복의 나라로’이다.
생각나는 가사는 대충 이렇다.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번 또 느껴보자. 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고개를 들고 들어요. 손에 손을 잡고서 청춘과 유혹의 뒷장을 넘기며,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때로는 한곡의 노래가 깊고 진한 울림을 남긴다.

아침은 세상과 연결되는 하루의 시작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든 꿈을 위한 준비든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지하철에서 출근시간에 만나는 이들과는 묘한 연대감이 생긴다. 인생의 굴곡을 헤쳐 온 장년층에서 풋풋한 젊은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얼굴에서 행복한 삶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다.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를 뜻한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도구로 행복지수가 있다. 이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아도 주관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고 인식하는 감정이다. 이것은 객관적인 지표로 산출할 수 있는 ‘삶의 질’과는 다르다. 국민이 행복감을 느끼게 하려면 공평하고 지속적인 사회․경제적 발전과 사회 안전망 구축도 필요하지만,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국토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戰) 상태로 남아 있다. 국민이 안전한 삶을 살고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민족이 수많은 외침으로 인해 고난과 핍박, 인권유린의 사태를 겪으면서 이를 이겨낸 오천 년 역사를 통해 유비무환의 교훈과 국가의 소중함도 배웠다.

이를 위하여 우리나라는 병역의무를 국민의 4대의무 중 하나로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병역의무는 이 땅의 건강한 청춘이라면 누구나 거쳐야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세금을 납부하는 것처럼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사회와 국가에 귀속감, 연대감을 느끼고 실천하는 일이다.
또한, 청춘에게 군 입영은 부모로부터 벗어나 당당히 홀로서기를 하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물론 학교를 다니면서 소속감도 느끼고 친구들과 사귀면서 성장을 한다. 그러나 군 입영 후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사나이들만의 진한 우정도 배우고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타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작년 한해 서울지역에서 약 22,000여명이 징집에 의한 현역병으로 입영했다. 올해부터는 전년과 달리 현역병으로 입영하는 청춘에게 입영기회를 확대하고, 입영신청방법도 간소화 된다. 3월부터 입영신청방법을 ‘현역병입영 본인선택원’으로 일원화하여 운영한다. 당해 연도에 입영을 원하는 사람은 입영일자를 선택하면 되고 다음 연도 입영을 희망하는 사람은 희망 월을 신청할 수 있는데, 3월에서 11월 중 분산하여 3회 선착순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군 입영은 건강한 청춘들이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그 속에서 각자의 내면에 축적된 힘은 본인 뿐 아니라 국민의 행복한 미래가 되어 줄 자양분을 만들어 줄 것이다. 마치 온실 안 화초는 적당한 생존 여건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지만, 들에 피는 야생화는 자연이 선사하는 비와 바람, 햇빛 아래서 꿋꿋하게 자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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