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보훈지청 보훈과
양 훈 모

1905년 11월 17일. 이 날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이다. 대한제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외교권 양도 조약. 이 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사실상 외교권을 상실하였다. 한 나라로서는 정말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지청천, 차이석 선생 등이 망국의 치욕을 잊지 않고,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맞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자는 취지에서 11월 17일을 ‘순국선열 공동 기념일’로 제정하였다. 1997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되어 2017년에는 78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교과서와, 역사 자료들을 통해 정말 힘들고, 핍박받던 시대임을 느낄 기회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이라며 일제의 찬탈에 순응하고, 희망을 잃고 살았다. 나 역시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순국선열들은 순응하는 삶 대신에, 조국의 광복과 자유, 신념을 위해서 목숨을 바쳤다. 유관순 열사는 맨몸으로 일제에게 항거하고, 안중근 의사는 총으로, 윤봉길 의사는 폭탄으로 전 세계에 우리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었고, 창창한 앞날이 있었다.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게 신념을 위해서 행동했고, 그 덕으로 우리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라는 말이 있다.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의 희생으로 세워진 나라에서, 그동안 그분들이 어떤 대우를 받으셨는지를 나타내는 자조적인 슬픈 말이다. 이번 정부의 새로운 정책기조는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대접받는다.”이다. 이런 사회는 정부 혼자 노력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이 진심으로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돌아가신 선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들의 의지와 가치, 신념을 이어가면 안보가 튼튼해지고 국민들이 통합되어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가 만들어 질 것이다.
올해 11월 17일 11시에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잔디광장에서 독립유공자 및 유족, 사회 각계대표, 시민 대표, 학생 등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모여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공휴일이 아니어서 행사에 참여할 수는 없겠지만 그 날이 되면 마음속으로나마 선열들을 기리고, 그분들의 노고에 대해서 감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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