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중 재 (신동신중․정보산업고등학교 교장, 시인)


뽀얀 물안개가
산사의 돌담길 휘감고
무성한 담쟁이 덩굴이
질곡의 세월을 말하듯
얼기설기 어지럽다.

별들이 겹친 은하수 아래
칠성당 용마루 청기와 하나
외롭게 비집고 앉아
인경소리 스며드는 삼경(三更)에
푸른 달빛이 산사지붕에 내린다.

돌담 넘어 대웅전
하얀 고무신 한 켤레 졸고
별들이 쏟아지는 깊은 밤
새 맑은 여승의 눈가에
이슬이 바르르 떤다.

보석처럼 못 잊는 속세의 연
아리게 아픈 사연
염주를 쥐고 합장을 한다.

* 삼경(三更) : 밤을 5시간으로 나눈 3번째 시간(밤1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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