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국가원로회의 위원)

요즘 우리의 청소년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겠습니까?
요즘은 대학에 강의 나가는 날이 잦습니다. 오늘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왔습니다. 보통 두 시간 강의를 하는데 1시간은 강의를 하고 1시간은 학생들에게 인생이든, 진로든, 뭐든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하라며 질의응답 식으로 진행합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얘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자랑스러운 나라, 희망이 가득한 나라로 인식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세월호’의 수습과정을 지켜본 학생들은 질문에서 자신들의 조국이 전혀 자랑스럽지도 못하고 희망적이지도 못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조국이 싫어서 이민가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고, 다시 태어난다면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 학생들에게 어른으로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데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이런 부정적 요소들이 계속해서 쌓이게 되면 본인의 미래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까지도 고달플 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생각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겠습니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바로 우리 어른들 때문입니다. 어린 동생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또 자신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지 못하는 국가를 보면서 학생들은 좌절하고 절망했을 것입니다.
보통 때처럼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꿈꾸는 대로, 너희들이 생각한 대로 될 수가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해줄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학생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환경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특히 청소년 시절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사회로부터, 가정으로부터, 학교로부터 받은 영향이 청소년의 미래를 결정하고 나아가서 인생의 승패까지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지금 사회로부터, 그리고 어른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고 있겠습니까? 제가 만난 학생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그대로 나타내 주었습니다. 학생들이 그렇게 따지듯이 묻는데 다른 때 같으면 꾸짖고 나무라기라도 하겠지만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학생들에게 오직 공부만을 외쳐왔지 사회에 대한 책임과 국가에 대한 책임을 가르치는 것에는 소홀했습니다. 그래서 학생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오직 남을 이기는 것과 돈 버는 것과 처자식 먹여 살리는 것이 전부여도 되는 것처럼 가르쳐 왔습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 어느 길로 가는 것이 바른 길인지를 너무나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애써 외면하고 불편하게 여겨왔으며, 오히려 이러한 부도덕성을 조장하고 부추겨 왔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도 이러한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어른이 가르쳐야 할 교육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인간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이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에 지켜야 할 품위와 존엄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품위와 존엄을 망각하니 사람이 사람에게 욕을 얻어먹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교육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참 미안합니다. 어른들은 이렇게 아이들에게 사람 되라고 가르칠 수 있지만 정작 어른이 사람 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고 민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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