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국가원로회의 위원)

인간관계(人間關係)는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를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인간관계는 둘 이상의 사람이 빚어내는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를 가리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만 좋다면 아마도 이 세상 살아가는 게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겁니다.
인간관계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오랜 세월 갈고 닦으며 키워가는 것이 인간관계이지요. 평생토록 한사람도 내 사람으로 만들지 못하고, 저 생으로 쓸쓸히 가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다가 가는 사람들도 많지요.
1937년에 전도유망한 미국 하버드 대학생 268명의 일생을 72년간에 걸쳐 추적한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서 깊고 권위 있는 평론지 가운데 하나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에 공개된 것이지요.
하버드대학 생리학․약학․인류학․심리학 분야의 최고 두뇌들이 연구진으로 동원되었고 하버드 의대 베일런트 (Vaillant) 교수가 주도를 했습니다. 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한 백화점 재벌 W T 그랜트(Grant)의 이름을 따 ‘그랜트 연구’라고 불렸죠. 이 연구는 ‘잘 사는 삶에 일정한 공식이 있을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연구대상이 된 남학생 268명은 수재 중에서도 가장 똑똑하고 야심만만하고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이들이었죠. 최고 엘리트답게 그들의 출발은 상쾌했습니다.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한 사람이 4명, 유명한 소설가도 있으며,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Kennedy), 워싱턴포스트 편집인으로서 닉슨의 워터게이트사건 보도를 총괄 지휘했던 벤 브래들리(Bradlee)도 끼어 있었습니다.
연구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난 1948년 즈음부터 그들 가운데 20명이 심각한 정신질환을 호소했고 50세가 될 무렵엔 약 3분의 1이 한때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하버드 엘리트라는 껍데기 아래엔 고통받는 심장이 있었다”고 이 잡지는 표현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하버드대 생뿐만 아니라 평범한 남성 456명과 천재 여성 90명의 삶을 수십 년간 함께 추적했습니다. 총 814명의 삶을 어린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며 만족스러운 삶 또는 그렇지 못한 삶에 이르는 원인을 통찰한 것입니다.
연구에서는 행복하게 늙어가는 데 필요한 7가지 요소로 고통에 적응하는 성숙한 자세, 교육, 안정적 결혼, 금연, 금주, 운동, 적당한 체중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또한 연구결과 47세 무렵까지 형성돼 있는 인간관계가 이후 생애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임이 밝혀졌습니다.
베일런트(Vaillant) 교수는 “어떠한 데이터로도 밝혀낼 수 없는 극적인 주파수를 발산하는 것이 삶”이라며 “과학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숫자로 말하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학술지에만 실리기에는 영원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지었죠. 그리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가장 안정적인 성공을 이뤘다”고 했습니다.
진정한 인생의 행복은 좋은 대학이나 명예나 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곁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있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창조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문제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상생의 선연(相生善緣)을 맺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상생(相生)이란 무엇인가요? 모든 사람이나 사물을 대할 때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는 좋은 인연관계를 말합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지 서로가 화합을 통해 모든 일을 원만하게 성취할 수 있는 귀한 인과관계를 말하는 것이죠. 우리는 혼자서 살 수가 없습니다. 서로가 돕고 의지하고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죠. 나와 내 가정이 잘 살려면 남과 이웃이 좋아져야 합니다. 너도 살고 나도 살게 되는 관계,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가 바로 상생의 인연관계이지요.
그런데 대개는 서로 상극 속에 고통스럽게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기심 때문입니다. 인간관계가 너도 이롭고 나도 이로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으로 살아야 하는데 나와 내 것, 내 가족만을 위한 극도의 이기심에 집착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지요. 상생을 위해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아주 버리면 안 됩니다. 모자란 이는 채워주고, 막혀있는 사람은 틔워주며, 비뚤어진 이는 바뤄주고 북돋아주며, 입장 바꿔 그 편의 처지를 살펴주는 것입니다.
상생의 선연이란 주고받는 것이고, 은혜와 인정을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외지(外紙)에 게재된 「인간관계 십계명」을 소개합니다.
① 사람들에게 환영한다고 말하라
② 사람들을 웃음으로 대하라
③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라. 자기 이름처럼 감미로운 음악은 없다
④ 친절한 모습을 유지하라
⑤ 성심껏 행하라
⑥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라
⑦ 칭찬은 관대하게, 비판은 조심스럽게
⑧ 타인의 감정을 잘 고려하라
⑨ 타인의 견해에 신중하라
⑩ 남을 위한 일에 기민하게 행동하라. 이것이 인상에 남는다.

외롭게 살지 않으려면 인간관계 10계명을 잘 지켜야 합니다. 선연이야말로 덕복과 희락(喜樂)의 전제조건임이 틀림없습니다. 행복은 결국 사랑입니다. 이 인간관계를 멋지게 꽃피워 가면 우리가 대업(大業)을 마치고 떠날 때에 아마도 문상객(問喪客)이 구름처럼 모여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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