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기부 릴레이 캠페인이란?
동작의 나눔문화를 조성하기 위해‘기부는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라는 슬로건과 함께 자신의 소득 중 하루치 분량을 기부하여 어려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원하는 캠페인입니다.
동작구민 여러분이 열심히 보낸 하루의 이야기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응원의 손길로 동작구에 위치한 아이들과미래재단에 전달됩니다.

 
노경현 씨의 하루는 ‘열정’이다.
 
하루기부의 일곱 번째 주인공은 동작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노경현 씨.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 뒤에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숨기고 있는 경현 씨에게 하루의 의미를 물어보았다.
 
□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동작구에 위치한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경현 씨는 직업 특성상 3교대로 업무를 진행한다. 야간근무가 있는 날이면 밤을 꼬박 새우고 퇴근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편히 쉴 수 없다. 바로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등교 준비를 도와줘야 하기 때문. 밤샘 근무라 체력적으로 힘들 법도 한데, 경현 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잔잔하게 미소 짓는다.
“아이들 챙기면서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금방 잠이 깨요(웃음).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 까지 잠깐 쪽잠을 자는 게 전부죠. 항상 잠이 부족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버틸 수 있어요.”
산부와 신생아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헌신적인 간호사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 역할까지 척척 수행해내는 경현 씨. 그 와중에 틈틈이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 등 성실히 살아가는 그녀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저는 나중에 제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될 때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어른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그걸 위해서 최대한 다양한 것들을 경험시켜주려 노력하고 있고요. 나중에 아이들이 제가 바라는 행복한 어른이 되었을 때, 곁에 오래오래 있을 수 있도록 제 건강도 잘 챙기고 싶어요.”
 
□ 소소한 내 하루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원해
아이들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경현 씨의 바람에는 특별한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다섯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경현 씨는,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 탓에 대학을 가지 못했다고.
“제가 막 대학에 합격했을 당시 큰 오빠가 막 군에서 제대했어요. 부모님은 ‘오빠를 복학시켜야 한다’라며 딱 한 마디 하시고 더 이상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죠. 서운하다는 생각보다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려운 시절이었으니까요.”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합격이 취소된 뒤 한동안 방황하던 경현 씨는 친구의 권유로 간호조무사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고 했다. 병원 일은 적성에 맞았고 점차 이 일을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났다. 결국 경현 씨는 29살 늦깎이 신입생 신분으로 다시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집안에 도움을 받을 나이는 아니었으니까 학비와 생활비는 모두 제 힘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매일 두세 시간 쪽잠을 자면서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병원에서 근무했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해냈는지 모르겠네요.(웃음)”
그렇게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낸 뒤 간호사가 된 경현 씨는 현재 직업에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산모들이 아이를 건강하게 출산한 뒤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마다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렇듯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경현 씨에게 하루기부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궁금해졌다.
“저는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어진 하루하루를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죠. 이런 소소한 제 하루라도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정말 기뻐요. 제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길
하루기부에 참여한 경현 씨의 하루는 이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젊은 시절 힘들게 공부를 한 경험 탓일까? 고민 끝에 경현 씨는 자신의 하루를 예체능에 재능이 있지만 경제적 이유로 꿈을 포기할 위기에 놓인 아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K&F재능장학금’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저에게 많은 고난이 있었지만 그때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겠죠.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저처럼 주어진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망설임 없이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도움을 받은 아이들에게 어떤 하루를 선물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경현 씨는 망설임 없이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대학교 1학년 시절의 하루를 골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절이에요. 그땐 정말 힘들었는데 이렇게 돌아보니 정말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후회 없이 보냈던 순간이었네요. 그 시절의 제 하루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경현 씨는 하루를 선물 받은 아이들에게 진심 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며 즐겁게 살길 바라요. 우울함은 또 다른 우울함을 부를 뿐이거든요.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 좋겠어요. 분명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새벽의 어둠 뒤엔 반드시 밝은 해가 뜬다며, 아이들이 언제나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았으면 한다는 경현 씨. 문득 그런 경현 씨가 생각하는 하루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제 하루는 열정이에요.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대학생 시절 힘들게 공부했던 순간을 다시 되새겨보았는데요. 생각해보니 그 순간이 제 인생 가장 반짝였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열정을 갖고 좋아서 했던 일들이 아니었다면 그 시간을 버텨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 마음가짐은 지금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제 하루는 열정입니다.”
저작권자 © 동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