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혹시 새로 생긴 미스터 메롱 봤어?”
“어 나도 봤어. 학교 가는 길에 하나 더 늘어났어.” 
언제부터인지 친구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미스터 메롱’은 장승배기역에서 보라매역으로 이어지는 상도로 일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림을 말한다. ‘Mr.’라는 글씨 아래 사람의 혀처럼 보이는 모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서 ‘Mr.Tongue’ 혹은 ‘미스터 메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주로 대로변에 접한 건물 벽면에서 연두색 혹은 분홍색의 미스터 메롱을 만날 수 있다. 어제 집에 갈 때까지만 해도 아무 것도 없었던 벽이었는데 등굣길에 새로운 미스터 메롱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일도 생긴다.
이 그림이 그려진 장소는 어림잡아 20여 군데 가까이 되는 것 같다. 동작구뿐만 아니라 영등포구, 양천구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는 걸 보니 작가의 활동 반경이 꽤 넓은 것으로 추측된다.
누군가 기습적으로 그려놓고 사라진다는 것,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 외에 미스터 메롱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알려진 바가 없다. 누가,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하지만 이 의아함과 궁금함마저 작가의 의도에 포함되어 있다면, 굳이 이유를 알아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회색빛 도시에 선명한 색채의 웃음을 더해주는 거리예술이 마을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뜻밖의 시간과 장소에서 마주치는 미스터 메롱이 반갑기만 하다. 미스터 메롱을 창조한 이름 모를 예술가가 앞으로도 더욱 풍성하고 행복하게, 무엇보다 안전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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