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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의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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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6  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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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세아 문예 신인공모작 수필부문 당선작 >

   
박형권
불과 2개월 전 만해도 앙상한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던 온 산하가 이제는 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짙은 녹음으로 물들었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에 이어 달콤한 향기로 꿀벌을 유혹하던 아카시아가 지고 이밥(이팝이라고도 칭함)나무의 흰 꽃이 만발했다.
이밥나무는 입하 무렵에 꽃이 피는데 입하가 이팝으로 잘못 변음됐다는 설도 있고 이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되어 쌀밥을 먹게 된다는 데서 이팝(이밥 즉 쌀밥)이라고도 했다는 설이 있다. 꽃이 만개할 때 흰 꽃이 하늘을 쳐다보면 흰 쌀밥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팝(이밥 쌀밥)이라고 했다는 추론도 있다고 한다.
이밥나무의 흰 꽃이 지자 다시 계절의 여왕 5월 장미의 계절이 찾아와 꽃의 향연이 줄을 잇는다.
매일 아침 집 뒤 해발 100여 미터의 용마산에 올라 약 2시간 정도 능선을 따라 운동을 한다.
산 정상 옆에는 공군 항공안전 지원부대가 있고 아래로는 대방동의 대단위 APT 단지와 노량진 근린공원이 있어 야트막한 산이지만 이른 새벽부터 많은 시민들이 나와 산책하고 건강관리에 열중하는 걸 보면서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생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며 삶을 살아가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님을 실감한다.
상도동에 거주한지 40여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70년대 후반에 상경해 어려운 환경에서 사업이라고 자영업을 하면서,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자식들 키워 교육시켜 결혼시키고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여건과 팍팍해져가는 삶을 살면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우리나라의 발전상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아침마다 등산로에서 만나는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 희망이 안 보인다, 이념갈등이 날로 심해 건국초보다 더 심하다는 한탄 섞인 대화를 나누며 왜 우리민족은 이정도 밖에 안 될까 하고 자문도 해본다.
3년 전 어느 봄날 귀엽고 예쁜 갈색 빛과 흰색에 귀가 검은 토끼새끼 2마리가 등산로에 나타났다. 어느 누군가가 구입해 갖다 놓았는지? 집에서 기르다 갖다 놓았는지?
그 이후 약 보름 후 또 흰색과 검은색에 귀와 몸통에 흰줄이 들어간 토끼새끼 2마리가 늘어나 4마리가 귀엽게 뛰놀고 있었다. 약1개월 후 흰 토끼 한 마리가 사라지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3마리가 등산로에서 시민들과 매일같이 어우러져 생활하며 인사하고 지낸다.
집에서 키우던 토끼라도 방사해 3년 이상이 지났으면 야성을 찾을 만도 한데 매일 시민들이 먹이로 당근 고구마 과일 등 먹이를 주어서 그런지 야성을 찾아 볼 수가 없고, 사람이 가면 사람들의 뒷 꽁무니만 따라다닌다.
60대 후반의 아주머니는 매일같이 당근 고구마를 갖고 와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려주고 하는데 음악소리만 들리면 토끼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달려와 마중을 나오기도 하고 70대 후반의 할아버지는 건빵을 매일 준다고 한다.
토끼들이 할아버지가 나타나면 강아지처럼 할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맴돌고 좋아하는 걸 보면서 동물들도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알고 저렇게 반기는구나, 선한 마음씨는 미물인 저 토끼도 알아주는구나 하면서 옛 성현들의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있다는 말을 새삼 새기게 한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3마리에서 개체수가 더 불어나지 않는걸 보면 같은 종의 토끼만 모여 있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동식물은 종족보존의 본능이 있어 번식을 하게 마련이지만 3년이 넘도록 번식이 안 되는걸 보면서 일찍 짝을 만들어 주었더라면 지금쯤은 개체수가 늘어 수십 마리의 토끼로 번식했을 텐데 하면서 후회도 해본다.
그런데 또 다시 이변이 나타났다.
오늘 아침 등산길에 또 다시 흰 토끼새끼 한 마리를 봤다.
그런데 옆에 계신 아주머니께서 저 위쪽에 또 3마리가 있다고 했다 3년 동안 개체수가 불어나지 않아 같은 종만 있는 줄 알았는데 3마리 중 2마리가 새끼 1마리와 3마리를 낳았다고 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모두 경사가 났다고 야단들이다.
그럼 지금까지 3년 동안 왜 번식을 못했을까? 새끼를 낳았는데 들 고양이들이 많아 잡아먹혔을까? 다른 천적을 만나 생존하지 못했을까? 위쪽에 가보니 예쁜 새끼 3마리가 어미와 같이 뛰놀고 있다 크기도 아래토끼 1마리와 비슷해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난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3년 동안 번식을 못하다 이제야 식구가 4마리나 불어나 경사가 났다고 반기면서도 번식을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 빨리 무럭무럭 자라 내년에는 개체수가 수십 마리로 불어나 토끼동산이 만들어 지길 기대한다.
짙어가는 녹음처럼 우리민족도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나 자손만대가 번영할 수 있는 금수강산을 만들고 모두가 여유를 갖고 희망이 꽃피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의 전성기 같은 시대가 다시 한 번 도래하길 기대하며, 국민이 서로 화합하고 포용하며 퇴보하지 않고 전진하는 시대가 열리길 기대하면서 지인들과 하산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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