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들이 그림 그리는 재롱만 바라만 보았던 분들입니다. 직접 이렇게 그림 그려 본 기억이 까마득한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색연필을 손에 들어볼 생각조차 낯설고 먼 옛날입니다.
예쁜 가을꽃 한번 바라보고 선 하나 긋고 소녀처럼 웃습니다. 색 하나 칠하고 발그레한 미소로 쑥스러워 하십니다. 남이 볼까 부끄러워 손으로 가리면서 조심조심 그립니다. 꽃도 예쁘지만 꽃을 그리는 분도 참 곱습니다. 오랜만에 그려보는 꽃은 참 아름답고 보기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동네 이야기를 벌려 놓았습니다. 늦더위가 심하다고 걱정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아프다고 아픈 자랑도 하십니다. 어르신들의 가을꽃 그리기는 참 신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빙수골주민협의체에서는 8월에는 마늘까기를 했습니다. 마늘 한줌 까면서 동네이야기 앞집 뒷집 걱정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울이라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이렇게 지내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