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동작지회장 조 승 현

얼마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아차 싶어서 급히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놀랄 일은 아니다. 그저 가슴만 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겠다. 정말 선거 잘해야 한다는 교훈의 현장이다.
장애인에 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장애인을 높이 표현하려다 보면 저런 실수를 보이게 된다. 평소에 장애인을, 마음속에 장애인을, 생활 속에 장애인을, 정책에서 장애인을 염두에 두지 않은 탓일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장애인을 부각하거나 우상화할 필요를 느껴 마음에 없는 말을, 익숙하지 않은 말을 하려니 자신이 하는 말이 장애인 비하 발언인 줄도 모르는 것이다. 그냥 국민으로, 시민으로, 생각했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을 매를 벌었다. 일반 시민도 아니고 정당 대표가 이럴진대 더 뭐라고 말할 것인가.
그건 그렇다 치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고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인물을 비난하는 말 좀 옮겨 보자.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향한 야당의 대응은 더 점입가경이다.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 논평을 훑어보자.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장애인이라고 했다.
덕분에 난 장애등급상 장애가 심한 시각장애인이고,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하는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여당 대표나 그에 대해 비판을 한답시고 또다시 차별적 발언을 개념 없이 떠드는 야당 대변인 둘 다 무식의 극치를 달린다고 본다. 이것이 우리 사회 형편없는 장애인 인권의 현주소다. 후진적인 장애인 정책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주류 정치 세력의 인식이 이렇게나 형편없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입안자들의 장애인 인식이 이러하니 행정부나 각 지역의 지방자치 행정은 어떨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장애는 장애일 뿐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바로 그 이유로 의지가 강하거나 약한 존재가 되지 않는다. 또 장애인이라고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갖지 않는다.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인격적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다루기 어렵거나 까칠한 인격체로 인식하는 무식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잊을 만하면 툭 튀어나오는 차별적 언행으로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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