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피자’ 엄항기 사장이 일본에서 온 방문객이 남긴 방명록을 들고 있다. (촬영 : 고현금 명예기자)
한국인임이 벅차고 사뭇 자랑스럽다. 2019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더니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가수 싸이와 아이돌 BTS가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일으킨 데 이어 영화계에서의 쾌거다.
이 작품은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상류층과 하류층 두 가족이 얽혀 만들어내는 웃픈 코미디이자 미스터리 드라마 영화이다. 계급 격차라는 불편한 소재를 비틀어 다루고 있어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러기에 대륙을 뛰어넘는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3분 정도 등장했음에도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로 뜨기 시작한 곳이 있다. 바로 노량진2동에 있는 ‘스카이피자’. 영화 속 가난한 주인공들은 이곳에서 생계를 위해 피자박스를 접는 알바를 한다.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방문객 중에는 ‘피자시대’라고 적혀있는 상자를 고가에라도 사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거절했다고 한다.
‘스카이피자’를 운영하는 엄항기(65) 사장이 올해 1월부터 만들었다는 사인북을 살펴보니 필리핀, 아르헨티나,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외국인들과 BBC, NHK, MBC, SBS 등 각종 방송국 관계자들이 축하 메시지를 남겨 놓았다. 인터뷰 요청도 쇄도하여 30군데 정도에서 있었다며 엄항기 사장은 거의 쉰 목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목소리로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촬영 장소로 피자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8군데 정도가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사전에 20여 명의 영화 관계자들이 와서 꼼꼼하게 가게 내부와 동네를 살펴보고 돌아갔는데, 최종적인 행운의 주인공으로 당첨이 된 것이다. 아마도 가게 내부 구조와 분위기가 영화 촬영하기에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처음 촬영 제안이 들어왔을 때 남편이 복잡해질 일들을 염려하여 거절할까 했는데, 멀리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딸 부부에게 특별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서 승낙했다고 한다. 딸을 위하는 엄마의 애틋한 마음은 촬영장에서 사인을 해주지 않기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마음을 끝끝내 움직여 결국 사인을 받았고 딸에게 선물로 보낼 수 있어 기뻤다고 한다.
촬영 내내 봉준호 감독은 소박한 아저씨의 모습이면서 누구에게나 그 작은 눈빛이 따스했지만 촬영에 있어서는 미미한 소리 하나까지도 철저하게 관리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해주었다. 엄항기 사장은 6시간 동안 지켜보며 감동을 받았고 영화의 큰 성공을 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죠. 18년 동안 이 일을 해왔는데 살다보니 이런 일이 있네요. 참 영광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져 걱정했는데, 이 영화 덕분에 다시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고 있지만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겠죠. 누가 뭐래도 내 주관대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변치 않고 성실하게 살아갈래요.”라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인터뷰에 대해서는 부풀리지 말고 사실대로만 글을 써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18년 5월, 이곳에서의 촬영을 시작으로 영화 ‘기생충’은 4개월간 무더위에 땀방울을 흘리며 제작되었고, 이후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뻗어 나갔다. 사인북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문구처럼 이제는 ‘스카이피자’도 그렇게 힘차게 달려가기를 기원한다. “영화 기생충 PARASITE 피자시대! 노량진을 넘어 동작을 넘어 서울을 넘어 한국을 넘어 세계 속의 스카이피자 되세요.”
아울러 21세기는 글로컬의 시대! 글로벌(세계화)을 넘어 다시 로컬(지역화)을 지향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생충’ 영화가 세계화되었으니 이제 ‘스카이피자’로 지역의 특성을 살려 문화상품을 결합시킨다면 세계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동작구를 필수 코스로 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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