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소나무와 굽은 인생

최근 인상 깊은 인터뷰 글을 보며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침고요수목원 한상경 대표에 대한 ‘휜 소나무 인생’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2004년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음에도 70세인 지금까지 수목원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하늘에 갔을 때 무엇 하다 왔냐고 물으면 “나무를 심고, 심고, 또 심다 왔습니다”하고 대답할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훅 들어왔다.
소나무는 상처를 입으면 휘어지는데 상처가 클수록 더 많이 휘어진다고 한다. 수목원에 있는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소나무는 세 번 휘었는데, 그 나무는 한상경 대표의 삶을 닮았다고 했다. ‘기적’이라는 소나무는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접어질 정도로 휜 곳이 있었다.
휘어진 나무 하면, 북아메리카 로키산맥의 해발 3,000m 고지대에서 칼바람과 눈보라에 위로 자라지 못하고 굽어진 나무가 떠오른다. 살기 위해 무릎 꿇은 나무.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공명이 잘되는 ‘명품 바이올린’의 재료가 바로 이 나무란다.
위험한 전쟁 중에 『명상록』을 남긴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철인황제이자 유명한 5현제 중 한명이다. 그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로마로 돌아오면서 전염병이 돌아 많은 로마 시민들이 죽어갔다. 그는 세금을 걷는 대신 황궁의 재물들을 팔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19의 펜데믹 확산으로 각국에서 초비상이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의 고통과 시름이 깊다. 연쇄적인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통 큰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
77억 인구 중 절반이 집에 묶여서 지낸다고 한다. 지구촌을 200명의 사람들(나라)이 살고 있는 마을로 본다면, 모두가 휘어져 이 고비를 잘 넘겨야 자유로운 일상의 삶으로 더 빨리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위기 앞에서는 한마음으로 휘어지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이전처럼 꼿꼿하게 지내려 하면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분담과 역할협력이 적절하게 잘 되면 좋겠다.
차를 운전할 때 차량의 흐름에 따라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하듯이, 지금은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다. 숨고르기를 하며 답답하더라도 참아낼 수 있기를... 
요즘 사회적인 거리두기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심리학자들은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일상 가운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고개를 삐죽 내민 연둣빛 새싹이들, 빼앗긴 봄에도 활짝 핀 진달래와 목련꽃, 뭉게구름 놀이터인 파란 하늘... 고개를 들고 자연이 선물해주는 면역력을 흠뻑 받아보자. 홀로 찾아가는 단골집이나 동네 산책길도 좋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짬짬이 누려보자. 평소 못했던 사랑표현도 하고, 건강 상식을 나누며 몸맘 셀프 닥터도 되어줘 보자.
올해는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다. 교과서를 드라이브 스루로 받기도 하고, 초중고 학교들은 4월에 온라인 개학을 한다. 대학수능일이 미뤄지고 굽어진 교육과정으로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적응하느라 힘들겠지만, 유연성과 창의성으로 도약하는 시기가 될 것을 믿는다.
비록 코로나19로 우리가 굽어져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둠의 터널 뚫고 다시 맞는 세상은 이전과 다른 빛깔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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