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의 불편한 동거가 장기화되면서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아진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시작된 외로움이지만, 이젠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독처럼 느껴진다.
필자가 말하고픈 ‘홀로움’은 이렇다. 고독이 책을 부르고,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을 만난다. 다른 이의 생각과 지식, 관점을 살펴보며 기존의 방식에 의문을 던져본다. 사유하는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홀로 있는 외로움이 점차 즐거움으로 변해간다.
최근 『환자 혁명』이라는 책을 읽으니 그동안 답답했던 의료현장에 대한 생각의 지평이 열린다. 예방 중심이 아니라 증상 치료에만 매달리는 현대의학의 메커니즘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결국 자본을 중시하는 상업적인 목적이 우선시되는 의료현실을 우리 스스로 인지하고, 약과 병원에 의존하던 건강 주권을 회복하라고 저자는 단호하게 주문한다.
코로나19를 통해서도 얼마나 절감했던가? 확진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진의 엄청난 수고를 줄이기 위해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식이 열려 있는 정보화 사회는 점점 투명해진다. 많은 사람을 잠깐 속이거나 적은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있어도 많은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지식을 독점해왔던 사람들은 이제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책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통해 널리 지식이 공유되면서 일반인들도 누구나 똑똑해지고 있다.
N번방 사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익명성의 탈을 쓰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악을 끼치는 일은 이제 발붙일 곳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일을 저질렀던 독일의 경우, 자기 민족의 대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며 “경쟁은 야만!”이라는 뼈아픈 깨달음에서 연대와 협력을 중시하는 교육혁명을 단행한다.
나아가 건강한 사회공동체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사회혁명을 통해 통일독일과 경제강국을 이루면서 유럽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김누리 교수는 이러한 독일의 역사와 교육을 소개하며, 우열을 가리는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 시스템은 이제 변화되어야 하며 입시개혁이 아니라 입시폐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개개인을 중시하는 교육으로의 혁명을 촉구하며, 생존에 꼭 필요한 영역인 교육, 의료, 노후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깊이 공감되어 가슴속이 뜨거워진다.
사람은 능력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 그런데, 무한경쟁의 시장자본주의에서는 개인이 존중받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불행을 느낀다. 따뜻한 사회자본주의를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는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게 된다. 산업재해의 다른 이름은 ‘기업살인’이라며 영국에서 ‘기업살인법’을 만들고 나니 산재 사망률이 줄었다고 한다.
K-방역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를 표방하며 ‘한국판 뉴딜’을 꿈꾸는 우리 정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개개인은 신대륙을 발견하듯 무지를 발견하는 홀로움을 통해 지혜와 지식이 날로 더해감으로 꽃으로도 때리지 못하는 가슴을 갖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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