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서울시 아동친화도시 사업 담당자 양나래

누구나 어린 시절 어린이날을 즐겁게 보낸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2020년 5월 5일 어린이날은 여느 해와 다르게 조용히, 긴장된 상태로 지나가버렸다. 바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성 때문이었다.
특히, 전국에서 매년 진행해오던 사생대회, 놀이축제 등 어린이날 행사는 모두 취소되었고, 뉴스에서는 이번 어린이날만큼은 참아달라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1년에 한 번뿐인 어린이날에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즐길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지난 4월 29일 진행되었던 질병관리본부의 어린이날 특집 브리핑은 상당히 인상 깊고, 꼭 필요한 기획이었다. 이날 브리핑은 아동들이 코로나19와 관련되어 궁금했던 점, 알고 싶은 것들을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과 소아·청소년 관련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이에 대해 답변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생일파티를 해도 되냐’, ‘밖에서 자전거, 씽씽이를 타도 되냐’는 솔직한 질문부터 코로나의 위험성, 예방수칙 준수 등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가감없이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아동이 주체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브리핑 자리를 통해 우리는 아동들도 사회 이슈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아동이 정책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의견을 표현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굿네이버스에서 발표한 ‘2018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참여권 지수는 2016년 52.5점에서 2018년 57.1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아동의 생존권 지수(65.5점), 보호권 지수(89.6점), 발달권 지수(72.7점)와 비교해볼 때, 참여권 지수가 현저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필자가 근무하는 굿네이버스 서울본부에서는 서울특별시와 함께 아동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아동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아동친화도시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 정책의결기구를 구성하여 아동 중심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개의 아동 정책이 담긴 정책제언보고서를 서울시에 전달하여 아동 정책에 반영되도록 기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달된 12개의 정책 중 ‘만 15세 미만 초·중생도 차별 없이 따릉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은 실제 정책에 반영되어 곧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건의한 ‘새싹 따릉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되는 자전거는 기존 따릉이보다 높이가 낮고 어린이용 안전 기능을 강화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학교 인근에 배치될 계획이다.
아동의 참여권 증진을 위해서, 아동이 어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아동 권리에 대해 이해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아동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권리가 침해된 채로 어린이날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아동들의 불편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아동들이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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