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것 중에는 사람 구경이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자세나 표정을 보며 그동안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요즘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즐기는 편이다.
마을버스를 이용할 때는 더욱 그렇다. 특히, 아기나 어린 아이를 보면 내 자녀의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함박웃음을 짓게 된다. 필자에게 마을버스는 사람 사는 맛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으로 느껴진다.
재작년쯤 마을버스에서 새롭게 알게 된 이웃이 있다. 한 번 만나 대화를 나누기는 했으나 이후 서로 연락을 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산책을 같이 하자며 다시 문자가 왔다. 저녁 식사 후 동네 공원을 걸으며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네 이웃은 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줄어들어 시간이 많아져서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필자도 상담분야에 관심이 많아 이웃이 하는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며칠 후 다시 만나 필자의 사색공간인 빙수골장미공영주차장의 옥상정원에서 긴 시간동안 이웃의 내면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나만을 위한 야외 1인 특강’을 해준 것 같아 무척 고마웠다. 이웃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어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그 후, 함께 만난 적이 있는 이웃의 지인이 필자에게서 매화향기가 난다고 했다고 한다. 아마도 좋은 인상이었다고 말할 것을 그리 아름답게 표현해준 것 같아 고마웠다. 덕분에 사람의 향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보고 싶은 사람,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어떤 향기로 내 마음을 끌리게 하는지를...
향기를 색깔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1990년대 유명했던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그대 모습은 보라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예쁜 두 눈에 향기가 어려 잊을 수가 없었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말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상대의 눈동자 속에서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눈부처가 되리.
한편, 필자는 ‘커브스’라는 여성전용휘트니스에 다니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 장승배기점이 문을 닫게 되었다. 일반 휘트니스와는 달리, 안전하게 거리를 두고 자신의 체력에 따라 가볍게 운동하는 곳이라 계속 다닐 생각이어서 보라매점으로 옮겨야만 했다. 체력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채워주던 그윽한 향기의 대표에게 감사한 마음 가득이다.
향기를 말함에 ‘인동초(忍冬草)’가 빠지면 섭섭할 것 같다. 흔히 겨울에 추위를 이기며 꽃을 피우는 강한 향기의 풀로 알고 있지만 ‘인동덩굴’이라는 이름의 상록활엽수라고 한다. 꽃을 피우는 시기는 5월쯤 시작하여 여름에 한껏 향기를 머금고 가을까지 간다고 한다. 혹독한 시련을 견뎌낸 전 김대중 대통령을 일컫는 말이기도 해서 유명해진 이름이다.
기나긴 장마 폭우로 인해 전국에 피해가 커서 마음이 아프다. 피해복구를 위해 굵은 땀을 흘리는 국군 장병들과 휴가를 반납하고 달려간 자원봉사자들에게서 나는 향기는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진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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