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보다 더한 찐장마가 지나가고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 가슴 설레게 하는 연인과 같은 가을이 드디어 왔다.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 속에 한가득 선물을 싣고.
파란 가을 하늘을 상상하며 바람이 실어다 준 추억 하나 살포시 꺼내본다. 시골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가을운동회를 앞두고 단체무용인 부채춤을 연습하다가 휴식시간에 지친 몸으로 화단에 앉아 바라본 하늘. 어찌나 푸르던지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고 눈을 뗄 수 없었다. 이후 그 순간은 평생 간직하는 마음의 첫 블루사진으로 남게 되었다.
스카이 블루도 좋아하지만 코발트 블루는 더욱 강렬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코발트 블루라는 색은 도자기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된 염료인데,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광채색이어서 예술가들에게 큰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인상파와 후기인상파의 밝은 색상과 창조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했고, 특히 화가 르느와르, 모네, 세잔 등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터키 여행을 갔었을 때 바라본 지중해의 맑으면서도 진한 빛깔의 바다를 필자는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때 두근거리던 심장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그 아름다운 바다색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콧노래를 부르며 해변의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터키 하면 떠오르는 ‘악마의 눈’이라는 장식품은 마치 지중해의 물을 떠다 만든 것처럼 투명하고 아름답다.
심쿵하게 하는 코발트빛 블루의 지중해를 맘껏 볼 수 있는 영화 ‘맘마미아’는 아바의 신나는 명곡들이 저절로 춤을 추게 하는 뮤지컬 영화로 유명하지만 내게는 짙푸른 바다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 같다. 영화 ‘그랑블루’ 또한 그렇다. 반짝이는 푸른 바다 속에서 돌고래가 튀어오르는 그 유명한 포스터는 아마도 대부분이 기억할 것이다.
이젠 프리즘을 달리하여 코로나블루에 대해 생각해보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정신적 피로감을 나타내는 코로나블루,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심각하다. 게다가 전국적인 대유행 조짐 앞에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어 일상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19에 관한 뉴스를 보다 보면 솔로몬의 명재판 이야기가 떠오른다.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 앞에서 솔로몬은 아기를 반으로 갈라 나눠주라고 명한다. 진짜 엄마는 마음에 불이 붙는 것 같아 차라리 아기를 저 여인에게 줄지언정 생명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가짜 엄마는 아기의 생명에는 관심도 없이 반씩 갖자고 큰소리를 친다.
코로나19가 끊임없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 이웃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자기 입장만 앞세우면 가짜 엄마같이 생명에 대해 무감각해지게 될 것 같다. 홍보동영상에 나오는 송파 60번 확진자의 경우처럼, 거짓으로 방문 이력을 말했다가 구상권 2억원을 청구 받아 집을 잃게 되는 고통까지 가족에게 더 안겨서도 안되겠다.
필자에게는 연한 하늘색이 더욱 선명한 블루로 아름답게 보이는 썬글라스가 있다. 코로나19와의 긴 싸움 앞에 정신적 피로를 녹여줄 마음의 썬글라스 하나씩 들여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머니같이 따뜻한 사랑의 언어 “고마워요! 사랑해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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