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마다 따스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필자의 실내정원
가을을 흠뻑 느끼며 한적한 보라매공원을 홀로 산책했다. 드넓고 푸른 하늘 아래 겨울을 준비하는 지혜로운 나무들이 겸손하게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자신을 비우니 형형색색 아름다운 자태가 빛을 발하는구나!
그러다 문득 사람들로 북적이던 예전의 풍경이 떠오르며 동시에 ‘그랑자트섬의 오후’라는 그림이 오버랩되었다. 집도 사람이 있어야 윤기가 나고, 공원도 사람이 있어야 활기가 넘치는데... 그리운 이들에게 톡으로 공원사진을 보내며 감상을 나누니 마음이 흘러 시원해졌다.
얼마 후 지인으로부터 ‘이날치 그룹’ 소개 영상을 받았다. ‘범 내려온다’ 노래를 들으니 어깨가 절로 들썩여지고 흥 지수가 갑자기 치솟았다. ‘어류도감’, ‘좌우나졸,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등의 다른 노래들도 마찬가지였다. Korea 관광홍보 동영상에서는 신명나는 춤과 함께 우리나라 구석구석 운치 있는 곳들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고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그룹은 전통적인 판소리를 현대적인 팝 스타일로 재해석해 인기가 오르고 있는 음악밴드이다. 2019년에 결성되었고, ‘이날치’라는 그룹명은 조선 후기 판소리 명창 이날치(李捺治, 1820~1892)를 오마쥬한 것이라고 한다. 이날치는 광대 출신의 소리꾼으로 흥선대원군 앞에서 소리를 하여 유명세를 얻었다고 하며 서편제를 발전시킨 명창이라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올해 발표한 첫 앨범 《수궁가》가에는 모두 10곡이 실려 있다. 
‘이날치’의 신나는 퓨전음악 덕분에 그동안 가라앉아 있었던 흥이 살살 올라왔다.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 막혀’도 찾아보고, 대학 시절 많이 부르던 ‘저 놀부 두 손에 떡 들고’와 ‘사랑가’도 불러 보았다. 배꼽 잡고 보았던 ‘놀부 마당극’도 떠오른다. 아~ 우리 민족에 새겨진 흥 DNA여~~
 
비범의 댓가와 고통을 느낀 후에는 평범한 행복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평범을 잃고 난 후에는 그 평범이 얼마나 많은 비범한 것들의 집합체였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젊은 시절 남과 다르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내 모습이 책상위의 홀로그램처럼 아련하게 보인다. 주목받던 무대에서 내려와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자연과 이웃과 어우러지는 지금의 조용한 삶은 가을의 단풍나무처럼 더욱 곱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며 행복을 얻고 있지만 필자는 반려식물에 만족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아무리 기르기 쉬운 식물도 살려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생명의 신비에 감탄하고 저마다의 특징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관심과 정성을 들인 만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최근 여러 종류의 크로톤과 고무나무를 데려왔는데 꽃들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화사하고 싱그러운 실내정원으로 업그레이드되어 감사하다. 햇살을 받으면 불꽃같이 빨간 트위스트크로톤과 연둣빛 뱅갈고무나무는 필자가 각별히 애정하는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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