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신문이 만난 인물

일과 중에는 잠깐의 시간도 내기 어려운 이들이 모처럼 갖게 된 귀한 여유를 동작신문에 내어주었다.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동목욕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을 만났다. 
서울시립남부장애인복지관에서 동작구의 위탁을 받아 운영 중인 ‘찾아가는 이동목욕 서비스’는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자타공인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해 실적은 2,582건으로 일일 평균 5~7명의 중증장애인에게 청결함과 상쾌함을 선물했다. 이 중심에 이동목욕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는 두 요양보호사, 서애자 씨(여, 55세)와 임춘권 씨(남, 48세)가 있다.

 
A. 이동목욕 분야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가.
▷ 서애자 요양보호사(이하 서) : 서비스가 시작된 2008년부터 이동목욕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그 전에도 말벗, 식사보조, 목욕서비스 등 장애인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병석의 아버지를 간병했던 경험이 몸이 불편한 분들을 돕게 된 계기인 것 같다.
▷임춘권 요양보호사(이하 임) : 2012년에 주변의 권유 및 복지관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활동보조인으로 오랫동안 장애인들과 교류하면서 목욕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차였다.

A. 이동목욕서비스 이용자는 주로 어떤 분들인가.
▷ 서 : 50~60대 분들이 대다수이고 중학생부터 85세 어르신까지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받고 있다. 2012년부터는 2급 이상 장애등급을 가진 분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1급 장애인은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중복서비스 불가능)
▷ 임 : 1대의 차량으로 서로의 동선을 안배해가며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남자 이용자는 내가, 여자 이용자는 서애자 요양보호사가 담당해서 평균 월2회 목욕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루에 각자 3~5명의 이용자를 만난다. 

A. 이용자들의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업무의 강도가 상당할 것 같은데.
▷ 서 : 여름철에는 요청이 많아서 더 바쁘다. 이용자 가족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몸이 고된 것은 사실이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경우, 이용자의 깊은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분들이 우리의 방문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 그 분들에게 ‘목욕’이라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책임감이 매우 크지만,  보람과 즐거움은 그보다 더 크다.
▷ 임 : 내게 몸을 맡긴 분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가족과 같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분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운동 및 건강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운신이 힘든 분들이 월 2회 목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질이 아주 좋아진다는 뜻이다. 내가 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 서비스 개시 이후 단 1건의 민원도 없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언제나 진심으로 즐겁다.

A. 이용자들을 만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 서 : 사소한 부분부터 이용자의 상황과 눈높이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외출이 힘들기 때문에 사람이 늘 그리운 분들이다. 외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 곁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그 분들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먼저 마음을 열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신뢰와 애정을 쌓아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목욕서비스를 받으면서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경우도 많다.
▷ 임 : 첫 만남부터 친근함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형님’이라 부르며 가족처럼 대하다 보면 나도 이용자도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오랫동안 마음을 주고받았던 이용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가족과 이별한 듯한 슬픔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이 더욱 귀하고 소중하다.
목욕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자리를 뜨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 곁에서 말벗이 되어드리곤 한다. 인터넷에서 유머를 미리 외워가기도 하고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정보, 우리 복지관의 유용한 프로그램 등도 알려드린다. 간혹 목욕하는 중에 마음 속 아픔까지 보여주는 분들도 있다. 속내를 모두 털어놓을 만큼 나를 믿는다는 뜻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안 그 분들의 깊은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좋은 기운과 삶의 지혜 같은 것들이 내게 전해진다. 참 고마운 일이다.

A. 지난 5월 동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순욱 관장은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최전방에서 땀 흘리고 있는 전문 복지인력에 대한 처우개선이 매우 시급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일선 전문 인력의 입장에서 바라는 바가 있다면.
▷ 서 : 봉사하고 희생하는 마음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고,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종사자의 처우에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숙련된 인력이 조금 덜 고단하게, 조금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 임: 우선 많은 관심을 갖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장순욱 관장께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급여와 복리후생 등이 뒷받침해주지 않아 전문 인력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국 사회의 큰 손실이다. 처우개선 문제를 놓고 많은 고민과 실천이 있었으면 한다. 차후 인력 확충과 서비스 확대로 더 많은 장애인분들이 목욕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A. 2014년 첫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오고 있다. 두 분의 향후 계획은.
▷ 서 :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생활 속에서도 무료급식 봉사 등 여러 가지 봉사 계획을 갖고 있다. (서애자 씨는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10여 년째 지속하고 있다.)
▷ 임 : 정년까지 이동목욕 분야에서 일하면서 많은 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싶다. 퇴직 후에는 활동보조인 등 또 다른 직분을 맡아 장애인을 위해 꾸준히 봉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여름철에 목욕을 시켜드리다 보면 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다”며 고단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도 임춘권 씨의 표정은 상쾌하기만 한다. “목욕이 끝난 후 개운해하는 분들을 보면 온갖 피로가 한 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라고 말하는 서애자 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만발하다. 이용자의 몸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도 보송보송하게 닦아낸 사람들 같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청결함을 책임지는 고된 업무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 두 요양보호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일찍 찾아온 가을이 유난히 청명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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