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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고현금 명예기자  |  mompa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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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4.01  01: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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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얼룩무늬에서 점핑유전자를 발견한 사랑의 과학자 바바라 맥클린턱

봄을 열어주는 꽃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연노랑 영춘화는 봄의 제국 사신 역할을 하고, 진노랑 개나리는 꼬까신 신고 팔짝 뛰는 아이를 응원한다. 새하얀 목련꽃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달래주고, 흩날리는 연분홍 벚꽃은 연인들의 마음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다.
공원이나 길가의 사람들 분위기가 작년 이맘때와는 사뭇 다르다. 엄청난 고비를 넘기고 난 후의 희망이랄까. 봄을 봄으로써 대할 수 있는 여유랄까. 집 밖에서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표정들이다.
우리 주위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그 속에 위대한 진실을 담고 있는 것들이 널려 있는 것 같다. 다만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리라. 물리학자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을 발견해냈듯이, 유전학자 바바라 매클린턱은 옥수수 알갱이의 얼룩무늬를 보고 ‘점핑유전자’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했다.
1950년대 남성중심의 유전학자들은 그녀의 ‘점핑유전자 이론’을 거부하며 20년이 넘도록 배척했다. 기존의 유전학을 뒤집는 최초의 연구 발표였기 때문이다. 진화학자들의 견해에 따라 유전자 배열은 변하지 않고 무작위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이 오랜 정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유전자가 유전체(옥수수)와 상호작용을 하며 특정 부분은 초고도 정밀 시스템으로 이동 정착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것은 유전자 내의 지적 설계가 있음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어 과학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첫 발표 후 30여 년이 지난 1983년에야 세계 최초로 여성 단독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것은 참 불공평한 일입니다. 옥수수를 연구하는 동안 나는 모든 기쁨을 누렸습니다. 아주 어려운 문제였지만 옥수수가 해답을 알려준 덕분에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거든요.” 그녀의 겸손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그녀는 자연에 사랑의 숨결을 불어넣은 생명의 과학자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당시의 과학자들은 실험과 분석, 논리와 해부가 전부였지만 그녀는 사랑과 애정, 생명과 존중이라는 따뜻한 과학을 인류에게 선물했다. 옥수수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주고 특성을 알아주며 그들과 호흡했다. 자신이 기르던 옥수수밭을 ‘나의 작은 오아시스’라고 부르며 행복해했다.
그녀가 유전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남자 두 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유분방한 의사였던 아버지는 그녀의 어린 시절에 독특한 개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었고, 강한 지적 욕구에 설득되어 뉴욕주의 코넬대학 진학을 밀어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허치슨 유전학 교수는 학부 시절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대학원의 어려운 유전학 강의를 들어보라고 권유했다. 훗날에 그녀는 이때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졌음을 고백했으며 과학사에 길이 남을 스승과 제자가 되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간 그녀의 삶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그르르 코끝이 시큰해졌다. 오랜 시간 여성차별을 받으며 혼자서 연구소를 전전하는 가운데 고정관념이라는 겹겹의 벽을 뚫고 넘어가는 그 발걸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고... 말괄량이 삐삐처럼 발랄하고 활화산같이 열정적이며 힘든 연구를 즐기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누군가 오버랩 되기도 하고... 현미경 안의 생명체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사랑의 눈길로 세포를 관찰했다니 길 가의 풀 한포기까지도 소중히 여길 것 같은 따스한 파장이 전해졌다.
사람 중심에서 벗어나 자연의 경이 앞에 겸손해진 모습을 상상하니 입꼬리가 하늘로 승천한다. 4월엔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찬찬히 바라봐주자.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읊어 주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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