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유 만 서울지방병무청 멘토지도관

지난 2021년 말, 학교폭력팀장으로서 마지막 공직생활을 마치고 총 37년에 이르는 경찰공무원 퇴직 후 2022년부터 서울지방병무청 소속으로 사회복무요원 멘토지도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멘토링사업은 퇴직공무원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지금까지 공직생활에서 경험했던 일의 성격과 비슷하여 자신있게 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무요원 대상 멘토지도관으로서의 나의 생활은 아주 보람있게 지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나의 멘토링을 통해 소집해제하고 사회로 돌아간 사회복무요원이 20 여명이고, 현재 4명에게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은 부모의 이혼과 별거로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경우 등 다양한 고민을 갖고 있다. 
극심한 히키코모리인 한 사회복무요원과 몇 번의 상담 이후 그는 과연 많은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역에 나타날 것인가? 그는 나와의 면담 약속을 두 번 어겼다. 두 번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는 그를 탓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결국 그는 세 번 만에 나타났다. ‘움직이기 싫지만 선생님이 기다리는데 안 나올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날 라면을 맛있게 먹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다. 
그는 지금도 출퇴근 때 자전거를 타거나 걷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식당이나 커피숍 정도는 가볍게 드나들고, 거리가 먼 경우에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닌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느리지만 서서히 치유가 되고 있는 것이고, 현재까지 성실히 복무하고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내가 사회복무요원들을 상담하는 방법은 일종의 멀리보기를 가르치는 작전이다. 여행을 하는데 수원을 목표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과 부산을 목표로 준비하는 사람과는 마음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비교적 가까운 수원을 목표로 준비하는 사람들은 한강을 건너거나 남태령 고개를 넘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때로는 출발한 것 자체를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훨씬 더 멀리 부산까지 가려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사람에게는 한강이나 남태령 고개 정도는 장애물로 생각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더 높은 고개인 추풍령과 그 너머에 낙동강이라는 험난한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인생의 목표를 멀리 두자’고 말하고 싶다. 30대, 40대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자. 밝은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면 지금 마주하는 사람들, 시간들이 소중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 서울지방병무청에서는 10,000여명에 이르는 사회복무요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복무지도관들은 1인당 수 백명에 달하는 인원을 담당하고 있다. 온종일 발로 뛰어야 하는 격무고, 복무관리가 힘든 업무이나 그분들이 있기에 대한민국 병역제도의 한 틀이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퇴직 후 사회공헌 활동으로 사회복무요원 멘토링 사업에 참여하면서 그분들을 알게 되었고, 그분들의 헌신적인 근무태도에 깊은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 병무청에서 근무하시는 전국의 모든 복무지도관님들께 경의를 표하며, 나도 비록 적은 인원을 담당하지만, 더욱 성실하게 복무관리 멘토링에 임할 것을 스스로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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