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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철새 천국! 천수만을 가다.불청객 아닌 이웃사촌으로 여기는 마음 절실
방관식 기자  |  afgm5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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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18  14: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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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수만이 자랑하는 가창오리 군무, 그러나 서식환경 악화로 지난 2010년부터는 이런 장관을 보기는 어려워졌다.(사진제공=김신환 원장)

철새들이 한국 땅을 외면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천수만, 순천만 등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의 공통된 고민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48만 3891마리였던 철새 개체수는 2009년 194만 4065마리로 정점을 찍은 후 2010년 145만 2215마리, 2011년 125만 9716마리, 2012년 108만 7506마리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철새가 날아오는 지역은 대략 22곳, 무엇이 이 땅에서 철새들을 내쫓고 있는지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로 명성이 높은 천수만을 찾아가 봤다.

◇먹이 인심 각박한 철새의 낙원!

천수만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된 것은 모순되게도 인간의 욕심이 밑바탕이 됐다.

1987년 방조제가 완성되면서 드넓은 호수와 99,173,553㎡(3,000만평)가 넘는 농경지가 조성 됐다.

그리고 현대농장이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기업영농을 시작하면서 천수만에 철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대형 콤바인을 사용하는 기업영농 특성상 낙곡율이 10-20%를 넘으면서 천수만은 철새들에게 풍부한 먹이를 10년 이상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1년 일반분양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한다.

   
▲ 2011년부터 볏짚이 사료로 쓰이기 시작, 천수만의 먹이 사정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상대적으로 수확량에 민감한 개인들이 천수만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낙곡률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락한 것이다.

환경단체와 철새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분양 이후 낙곡률은 3% 정도로 하락했으며 2011년 본격적으로 볏짚을 사료로 거둬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상황이 더 나빠져 1%대로 추락, 철새의 낙원이란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일반분양 이후 볏짚 수거와 농약과다 살포는 들쥐와 벌레, 미꾸라지 등의 보금자리를 파손해 이들을 먹고 사는 독수리 등의 맹금류와 황새도 찾아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통제가 없어지면서 불법어로와 밀렵이 활개 치기 시작, 철새들이 맘 놓고 쉴만한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 최근 천수만에서 발견된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의 먹이활동 모습.

현대농장의 영농사원으로 근무했던 방 모(고북 봉생리·60)씨는 “현대농장에서 농사를 짓던 시절하고 비교하면 철새 먹이가 많이 줄어들었고, 검문소가 사라진 뒤로 농경지에 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철새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물다양성관리계약사업은 유리 보호막?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고, 생물종 보호를 위해 생물다양성관리계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국비 30%, 도비 35%, 시·군비 35%가 투입되며, 원활한 먹이 공급과 인근 농가의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시행하는 유일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요성과는 달리 정부는 지난 2010년 국비지원을 대폭 삭감했다.

천수만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산시의 경우 2003년 6억의 사업비로 시작해 △04년 6억 3천 △05년 6억 4천 △06년 6억 5천 △07년 6억 8천 △08년 6억 8천 △09년 8억 2천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였으나 정부의 지원이 삭감된 후에는 △10년 4억 1천 △11년 4억 2천 △12년 4억 6천 △13년 4억 5천 △14년 5억을 투자했다.

참여 농가 수도 2003년 60호에서 04년 259호, 07년 429호, 09년 539호로 늘어나다 10년 310호, 13년 273호, 14년 270호로 감소 추세에 있다.(농가당 계약면적 증가로 인해 전체 사업량은 늘어나고 있다.)

   
▲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 떼의 먹이활동 모습(2012년), 전문가들은 삭감된 생물다양성관리계약사업비를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수의 철새 전문가들은 현재의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이 철새를 보호하는 핵심 정책인 만큼 우선 삭감된 예산 먼저 증액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증액을 바탕으로 사업량을 늘리고, 지자체는 계약농지를 최대한 한곳으로 모아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차량불빛을 막는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불법어로, 밀렵 등을 단속하는 감시단 운영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이밖에도 철새가 찾아오는 지역의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철새와 관련한 건물을 짓고, 철새축제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수만 내에도 거액을 들여 서산시가 버드랜드, 홍성군이 조류탐사관을 건축하고 비슷한 시기에 철새관련축제와 조류탐사활동 등을 벌이고 있지만 철새를 돌아오게 하는 데는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산시도 지난달 31일부터 9일까지 서산버드랜드철새기행전을 성황리에 운영했지만 정작 상징새인 가창오리는 흔적을 감춰, 일부에서는 ‘단팥 빠진 찐빵’이라는 평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시 환경생태과 관계자는 “인센티브(㎡당 볏짚 존치 26.3원, 무논습지조성 65원) 를 농가들에게 지급해 농민들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계약의 집적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서산버드랜드도 앞으로 사업소로 승격시킬 계획으로 철새와 관련한 모든 업무에 만전을 기해 철새들이 더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철새는 이웃사촌인가! 불청객인가!

미흡한 철새관련 정책도 문제지만 철새를 바라보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인식도 문제다.

많은 홍보와 철새관련 행사를 통해 철새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선됐으나 최근 복병을 만났다.

바로 조류 인플루엔자(AI)다. 철새가 AI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실제로 철새 사체에서 AI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호의적이었던 분위기가 단번에 돌아섰다.

지난 14일 군산에서 개막한 세계철새축제에 대한 여론이 나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지난 14일 있은 먹이나누기 모습. 일부 환경단체나 시민들 만으로는 역부족인 만큼 행정기관이나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철새 도래지 인근 주민들이 철새먹이주기 중단을 요청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민들과는 반대로 철새가 모이는 곳에 먹이를 풍부하게 줘 다른 지역으로 철새가 이동하는 것을 막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수만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과 시민들이 주축이 돼 먹이나누기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역에서 십시일반 모은 성금과 네이버 해피빈 성금으로 그럭저럭 이끌어 가고는 있지만 경기침체와 철새에 대한 인식악화로 나눠줄 먹이는 늘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다.

먹이가 넉넉하다면 모든 철새들에게 인심을 써 도 되겠지만 주요 고객은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다.

이런 상황인데도 다른 단체들에 대한 폭넓은 지원과는 달리 서산시의 철새 관련 민간단체 지원은 아직까지 한번도 없어 상대적인 무관심을 그대로 나타냈다.

   
▲ 철새 도래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공사도 천수만에서 철새를 내쫓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외에도 천수만에서 간월호 준설공사를 비롯해 각종 공사를 벌이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와 산하 협력업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등 철새 서식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관들이 공존을 위한 인식개선에 나서지 않고 철새를 반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여기는 이상, 천수만이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의 명성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14일 천수만에서 먹이나누기 활동을 벌인 김신환(63·김신환동물병원장)씨는 “날아오는 철새를 막을 수 없는 이상, 이웃사촌으로 여기고 보호해야 한다. 천수만을 찾는 흑두루미나 황새 등의 천연기념물은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종인 만큼 넓은 마음으로 우리 후손과 지구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애정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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