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처음 만났을 때 한 눈에 반해 반려식물로 인연을 맺었던 얼룩자주달개비가 무럭무럭 자라 가지들이 수양버들처럼 늘어졌다. 좀 더 큰 화분으로 집을 옮겨주면서 작은 버팀목들을 기다란 것으로 바꿔주고 가지들을 예쁘게 정리하여 묶어주었다. 긴 머리 소녀의 미용사가 된 기분도 들고, 노련한 플라워리스트가 된 듯이 기쁘기도 했다.
꽃이나 나무들이 그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이유는 배경이 되어주는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대상이 본연의 아름다움이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돌보고 보살핀다는 것은 상대방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요 이렇게 행복이 선물로 주어지는 것 같다.
최근에 필자와 쌍동밤처럼 닮은 점이 많은 지인과 함께 협력할 일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시간과 여유가 많은 필자가 지인에게 매니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자처했고, 감사하게도 그 결과는 우리에게 매우 만족이었다. 영화 ‘라디오스타’의 두 주인공과 같은 우정을 인생에서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잠깐 맛보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 ‘라디오스타’는 “언제나 나를 최고라고 말해준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라는 영화 포스터의 문구 속에서 그 울림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무명가수인 박중훈(최곤役)은 만년 매니저인 안성기(박민수役)로부터 무한신뢰를 받으며 힘과 용기를 얻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결국 강원도 영월의 방송국 DJ로 성공을 하게 되는 스토리이다.
실제로 타인의 성공에 배경이 되어준 삶을 살았던 여성이 떠오른다. 미국의 작가이자 시인이면서 조용한 파리에 머물며 살롱을 열어 많은 문학가와 화가들과 교류한 거트루드 스타인. 살롱을 찾아온 사람 중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T.S.엘리엇, 스콧 피츠제럴드, 에즈라 파운드가 있었고,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폴 세잔, 후안 그리스도 있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당시 유명했던 예술가들과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그녀는 부자인 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성장했고 유럽 여행을 즐기곤 했지만 십대에 부모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29세에 파리에 갔다가 예술 세계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이후 평생을 예술품 수집가와 작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가난하고 무명인 예술가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그림을 비싼 값에 사들임으로써 예술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배경이 되어준 사람은 앨리스 B. 토클라스이다. 그녀와 40년 가까이 친구이자 요리사이며 비서이자 연인으로 지냈다고 한다. 스타인의 작품을 대부분 타이핑했으며 비평가 역할도 해주었는데, 스타인은 자신의 자서전을 따로 쓰지 않고 대신 『앨리스 B. 토클라스 자서전』을 썼다고 한다. 배경을 알면 더욱 이해가 되고 그래서 사랑하게 된다.
부족한 필자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독서의 기쁨과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를 소개해주고 늘 귀 기울여 들어주면서 배경이 되어준 절친한 친구 덕분이다. 지면을 통해 그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드디어 3월이다. 첫 출발과 입학을 하는 이들을 위해 배경이 되어준 분들은 얼마나 많을까? 또한, 오늘 우리의 누림은 얼마나 많은 분들이 배경되어 주셨기 때문일까? 따스한 봄기운이 생명을 태동하듯 감사의 언어로 행복의 나무를 키워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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