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보훈지청장 정관회

6.25 당시 함경도 개마고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퇴로도 없는 적진에서 북괴군과 항전하다 장렬하게 산화하신 이 나라의 진정한 영웅이 있다.
“900명 명단입니다. 그 당시 미혼인 대원이 많아 후손도 없습니다. 이분들의 명예를 찾는 일이 90세를 바라보는 우리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입니다.”
지난 4월 24일 국립서울현충원 서측 능선에 있는 유격부대전적유령비 앞에서 영도유격부대 전몰대원위령제가 있었다. 위령제에 참석한 영도유격부대 부회장께서 개인별로 작성된 대원명단이라며 내민 책 두 권을 건네며 하신 말씀이다. 지난해부터 국가보훈처에서 법을 개정하여 6.25참전자분들의 명예선양을 위해 국가에서 직접 참전유공자를 찾고 있는데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얼른 책자를 받아들었다.
‘살아있는 사람은 참전유공자로 등록하여 명예도 얻고, 국가에서 혜택을 받고 있지만, 작전 중에 전사한 전우들의 명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시며 국가에서 명예를 찾아 주길 당부했다.
영도유격부대는 6.25가 한창이었던 1951년 3월 부산영도에 본부와 훈련장을 두고 지원자 1,200명을 중심으로 3~4개월 동안 특수훈련을 받고 강원도 북부일대와 함경남·북도지역에 하늘과 바다로 침투해 비정규전 임무를 수행한 부대로 Y부대, 파라슈트부대로 ‘도깨비’, ‘산돼지’ 부대로 불리며 적 사살 4,800명, 무기류 노획 1,100여건, 군사통신시설 파괴 855곳 등의 전과를 올리고 1952년 12월 정전협정 전에 부대가 해체됐다.
지원자는 자유를 찾아 월남한 함경남북도, 강원도 등 이북출신 반공청년으로 현지에서도 뜻을 같이하는 동지를 규합했고 그 인원을 알 수가 없다. 강원북부와 함경남도는 Yellow Dragon, 함경북도 중부는 Blue Dragon, 함경남도 북부와 함경북도 남부는 White Dragon, 함경북도 북부는 Owl부대가 담당했다. 얼마나 신출귀몰했으면 북괴군이 이를 저지하고자 최전선의 2개사단을 후방에 배치했다고 한다. 작전 수행 전 부산 태종대에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을 묻고 900명이 침투했으나 40여명이 귀환했고 200여명의 생존자가 있을 뿐이다.
그동안 우리는 군번도 계급도 없이, 어떤 보수와 대가도 없이 조국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생명을 초개같이 버린 조국의 수호신 호국영웅을 잊고 있었다.
현재 동지들이 만들어 놓은 900명의 명단이 전부이고 부산태종대 선열동지추념비에는 491명의 전우 명단이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어찌 민족의 비극인 6.25전장에서 이름없이 산화한 호국영령이 이분들뿐이겠는가 마는 알려진 명단이라도 조사하여 명예를 찾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도리이고 책무이다.
호국영웅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국가가 직접 호국영웅을 찾는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만큼 한분이라도 찾아 명예를 회복하는데 소홀함이 없이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잊혀진 호국영웅’을 찾아 알리는 일이야 말로 65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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