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국가원로회의 위원)  

20여년전 한 일본의 언론기관의 한국주재 기자와 친하게 지냈던 적이 있다. 그가 한국특파원으로 10여 년을 지낸 후에 일본으로 돌아갈 때 송별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식사를 마칠 때 쯤 되어 그에게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인들에 대하여 느낀 점을 말해 달라 부탁하였다. 그랬더니 그가 한국인들의 장점들만 늘어놓았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하고 머리 좋고 순발력 있고 등등으로 좋은 국민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에게 다시 묻기를 그렇게 좋은 말만 하지를 말고 한국인들의 나쁜 점들도 기탄없이 말해 보라 하였더니 딱 한 마디로 한국인들의 부족한 점을 짚어 주었다.
"한국인들은 훈련이 안된 국민들이지요."
20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이 다시 생각나는 것은 추자도 앞바다에서 낚싯배가 뒤집혀 18명이 사망·실종된 사건을 듣고서다. 이 사건의 전말을 듣고서 저절로 나오는 것이 “세월호 사건을 겪고서도 달라진 것이 없구나...”하는 탄식이다.
세월호 사고든, 돌고래호 사고든 이런 일을 연거푸 겪으면서 우리는 청와대를 쳐다보며 대통령을 탓할 수도 없고 출동이 늦었다는 해양경찰만을 탓할 수도 없다. 세월호 같은 6.25 전쟁 이래 가장 끔찍한 비극을 겪고서도 안전에 대하여, 사고에 대하여 아무런 경각심 없이 무방비, 무대책, 무신경으로 살고 있는 우리 국민 전체의 수준을 탓해야 한다.
이런 사건들이 왜 연이어 터지는가? 한마디로 우리 국민들이 훈련이 안된 탓이다. 아무리 타고난 자질이 훌륭해도 훈련이 되지 못하면 그 좋은 자질이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 그래서 훈련이 중요하다. 이런 훈련은 어디에서 누가 시키는가? 우리는 무슨 사건들이 터지면 정부를 탓하는 데에 너무나 익숙하다.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청와대를 탓하며 대통령이 사과하라고 다그친다. 늦장 대처한 경찰을 탓하며 모든 언론이 경찰을 규탄한다. 그러나 훈련이 안되어 있기로 말하면 국민들만이 아니다. 경찰도 그러하고 청와대도 그러하다. 모두가 훈련이 되어 있지 못한 데에서부터 문제가 일어난다.
훈련은 어디에서 누가 시키는가?
먼저 가정에서다. 가정에서 훈련을 시켜 학교로 보낸다. 학교에서 다시 훈련시켜 사회로 보낸다. 사회는 기업에서, 일터에서, 군대에서, 부족한 점을 더 훈련시켜 일꾼으로 세운다. 그러기에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가정이 훈련장이 되고 학교가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 교회도 훈련장이 되어야 하고 군대도, 기업도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 사고를 예방하고 돌고래호 사고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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