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보훈지청
보훈과 최중걸

빨간 마후라, 알 수 없는 그 단어를 어릴 때부터 마치 유행어처럼 들어왔다. 그 단어의 의미가 영화 제목이었다는 것을 안 때는 성인이 된 이후이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죽음과 직면해야 하는 두 주인공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 더욱더 진하고 두터운 전우애를 쌓아간다. 영화는 결국에 두 전우가 우리 공군의 명예를 걸고 다리폭파 임무를 완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로만 봤던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실존인물인 조국의 하늘을 수호하는 공군, 유치곤 장군이다.
공군이라 하면 단정한 머플러에 비장한 표정으로 비행기 날개 위에 선 비행사의 모습을 그리게 되는 것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당시만 해도 발달되지 않은 거칠고 다루기 힘든 그러한 느낌을 꼭 갖춘 무스탕 비행기, 어린 시절 6.25 한국전쟁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에서 무스탕의 한국전쟁에서의 역할과 대한민국 공군 최후의 보루였음을 알게 해준 일은 당시 6.25전쟁과 공군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해 현충일 추념식에서 차일혁 경무관, 안창관 육군대령과 함께 대형 스크린에 선명하게 조명이 되었던 유치곤 장군의 모습도 이 기고문을 쓰면서 장군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게 된 계기이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일본의 가미카제 특공대의 일원으로 강제 채용된 소년 비행병들은 일제의 패전과 동시에 포로가 되고 포로에서 풀린 장군은 어머니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온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엔 미국으로부터 무스탕 비행기를 이전 받고도 제대로 된 조종사들이 없어 싸우지 못했다.
일본에서 비행 조종을 배운 유치곤이 공군에 배치되어 활약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6.25전쟁 당시 유치곤 장군은 참전국 전 공군 최초의 200회 출격달성 및 미군들도 못해낸 수많은 고공폭격의 신화를 이루어내며 공군의 명예를 드높였다. 현대의 전쟁에 비하면 그 방식 면에서, 말 그대로 육탄전이라고 불리는 당시 6.25전쟁 중 수많은 호국영웅들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러한 우리의 호국영웅을 떠올릴 때마다 조국의 존재는 나를 있게 하는 궁극적 기원이며 우리가 대대손손 가꾸고 지켜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글 서두에 의문으로 제시했던 ‘빨간 마후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오랜 기간 갖고 있던 의문이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 그 의미는 더욱 특별했다. 빨간 마후라는 바로 대한민국의 공군, 우리 군인들만의 상징이다. 뜨거운 정열과 불굴의 사명의식, 그리고 필승의 신념을 상징한다고 한다.
마후라가 갖고 있는 그 상징성이 6,25전쟁 당시 조국의 하늘을 지킨 유치곤장군의 충심을 더욱 가슴에 다가오게 한다. 또한 장군이 보여준 그 용기, 강렬한 의식이야말로 전쟁의 상흔 속에서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데 밑거름이 된 과거이자 역사의 한 장임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한 대한민국 공군과 유치곤 장군의 조국애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조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웅의 영원불멸한 단심이 우리 후손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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