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동작갑 국회의원
김병기

지난 8월 20일 군 잠수정 폭발사고로 순직한 故 김○○ 대위의 국립현충원 안장식에 다녀왔습니다. 故 김○○ 대위·박○○ 준위·공○○ 원사가 자신의 미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자신의 가장 소중한 목숨을 조국을 위해 바쳤음을 우리가 조금은 더 오랫동안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씁니다.

꽃다운 나이에 조국을 위해 복무하다 순직한 한 젊은이의 영정을 보며 문득 ‘내 아들 나이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너무나도 늠름한 청년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고인의 부친께서 흐르는 눈물을 뒤로한 채 의연하게 감사 말씀을 하는 것을 먹먹한 가슴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고인은 부모에게 삶의 희망이었고 자부심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님께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함께 순직한 박 준위와 공 원사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졸망졸망한 자식을 여럿 둔 다둥이 아빠들이었습니다. 순국한 분들의 부모님과 가족의 남은 삶은 죽어 자식과 남편을 만나는 순간을 기쁘게 기다릴 정도로 고통의 연속일 것입니다. 고인의 부인들은 척박하고 황량한 세상에 갑자기 홀로 서게 되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으로 8월 17일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모시고 최전방 사단인 6사단을 방문하였습니다. 우리의 많은 부모님들은 자식을 군에 보내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꿈에서도 기도합니다. 유난히 더운 올해 저는 에어컨 있는 방에서 근무하고 잡니다. 그런데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뒤로 하고 입대한 갓 스물이 넘은 앳된 병사들은 17킬로그램이 넘는 방탄복을 착용한 채 근무를 하고 낡은 선풍기가 돌아가는 막사에서 취침을 합니다.
그러나 육군 병영생활관 내 에어컨 보유율은 33.4%로,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 글을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님들이 보신다면 아마 에어컨을 켜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군에 조속히 에어컨이 추가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사단장님께서 병사들이 조금 더 좋은 조건에서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실 때 마음이 짠했습니다. 식사의 질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에 점심을 먹으며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근무할 만하냐?”는 질문에 “전 군인입니다”라고 대답한 올 6월 임관한 소대장의 눈을 바라보며 ‘너희들이 있어 내가 있다. 고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군에 대해 많은 애정 어린 질책을 합니다. 대부분이 걱정해서 하는 소리이고 옳은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드물기는 하지만 군을 비하하거나 심지어 조롱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故 김 대위·박 준위·공 원사와 같이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순국한 분들과 자신의 청춘을 뒤로 한 채 군에 복무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자식이 무탈하게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는 부모님들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제가 쓴 이 글의 내용은 곧 잊혀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여러분들께서 이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군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은 잠시 뒤로 하고 복무중 산화한 군인과 가족들에 고개 숙여 위로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지키기 위해 근무 중인 군인들에 다함없는 감사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순직한 故 김 대위·박 준위·공 원사님이 좋은 곳으로 가시도록 기도드립니다. 아울러 유가족과 지인 분들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우리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복무하고 있는 군 관계자들의 노고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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