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신문이 만난 인물 -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장순욱 관장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봄날에 꽃나무들이 성급하게 피어난 4월의 첫 주,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동작구 여의대방로20길 33)을 찾았다.
보라매공원이라는 드넓은 녹지 한켠에 나지막하게 자리잡은 복지관 건물이 다정하고 전원적인 느낌을 준다. 오전 9시가 가까워오자 이용자들이 하나둘 찾아들었고 직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여기저기서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복지관 곳곳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1986년 건립된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남부장애인복지관)은 사회복지법인 SRC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인 지역사회 재활시설로 장애인 복지관으로는 전국 2번째 규모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해 120여명의 인원이 수준높은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작, 관악, 영등포, 구로 등 인근 주민들은 물론이고 서울 끝 노원구, 인천, 경기 지역에서 이 곳을 찾아오는 이용자도 다수 있다. 복지관 전체 이용인원 중 동작구민의 비율은 28% 정도로 파악된다.
장순욱 관장(54세)은 지난 2006년 부임해 8년째 이 곳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군복무 중 사회사업에 관심이 생겨 대구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복지 전문가로 한 길을 걸어왔다. 지난 2월에는 전국 199개의 복지관이 가입되어 있는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의 제10대 회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장 관장은 임기 동안 복지예산을 중앙으로 환원해 지역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장애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보편적 복지’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 복지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습니다. 기존의 장애인 복지가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양질의 문화․여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시기입니다.”
장순욱 관장의 말처럼 남부장애인복지관은 지적장애인을 위한 골프교실, 장애어르신을 위한 정보화교실, 여행프로그램, 노래교실, 요가교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에는 레포츠 대학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지적장애 학생들이 동작구의회를 방문해 지방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체험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지적장애인, 자폐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골프교실 티업’은 복지관의 자랑거리다. 초기에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여러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직원들의 열정으로 복지관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스페셜 올림픽 또는 해외에서 치러지는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장애아동을 위한 치과교실’도 빼놓을 수 없다. 비장애인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자폐장애 아동들이 치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아동과 가족은 물론이고 치과 종사자들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 밖에 없기에 자폐장애 아동을 기피하는 치과들도 있다. 이런 어려움을 없애고자 1991년부터 장애아동을 위한 무료 치과진료를 시작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작구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찾아가는 이동목욕서비스’의 수준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전국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이동목욕서비스의 실적은 2,582건으로 집계되었다. 하루 5~7명의 중증장애 어르신들이 ‘청결’과 ‘상쾌함’을 선물받았다. 장순욱 관장은 “중증장애 어르신들에게 봉사한다는 사명감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라며 격무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요양보호사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덧붙여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최전방에서 땀 흘리고 있는 복지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애와 비장애를 하나로, 편견 버리는 것이 우선

지난해 말 관악구에서 40대 가장이 발달장애 아들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지난달에도 광주에서 발달장애 아동의 가족이 함께 세상을 등진 비극이 있었다. 장애 가족을 가진 가정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가족의 역할이다. 그리고 ‘장애인 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경제적 곤란을 지탱해주는 것은 정부와 사회의 소명’이라는 것이 장순욱 관장의 설명이다. 남부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의 자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기나긴 싸움을 하고 있는 가족들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웃음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친구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최상의 복지서비스는 ‘민(지역주민), 관(지자체), 복지전문가’라는 세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며 장애인의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장 관장은 지역주민들에게 “장애인은 아무 것도 못 한다는 편견을 버려달라”고 당부했다. 장애인도 우리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출발선이라는 뜻이다. 다음은 장순욱 관장과의 일문일답.

Q.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과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구축 상황은 어떻습니까.
A.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복지관의 중요한 소임 중 하나이다. 다양한 자원봉사, 후원 프로그램 운영, 바자회 및 일일호프 개최 등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 복지관 대관 및 시설 견학, 인식개선교육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장애인과 복지관을 알리고 편견을 제거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동작구 관내 후원업체 및 유관기관의 현황이 궁금합니다.
A. ㈜농심을 비롯해 약 30여개의 중소업체들이 CMS후원, 모금함, 디딤돌 사업 등을 통해 지속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 설렁탕, 자장면, 안경, 고기, 떡 등 지역사회 업체들이 취급하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눈다는 개념으로 후원 중이다. 함께 하고 싶다는 진심이 들어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값진 후원이 될 수 있다. 
Q. ‘장애와 비장애를 하나로’라는 모토를 위해서 지역사회, 지역주민, 지역언론이 함께 실천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A. 모든 오해나 편견은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잘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자리에 모여 직접 보고 느낄 때 진심으로 서로를 알아갈 수 있다. 본 복지관을 포함해 모든 복지관에서는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단일 복지관의 역량은 한계가 있지만 지역주민들이 복지관의 다양한 사업에 더욱 관심을 갖고 참여해 준다면 궁극적으로 장애․비장애인이 하나가 되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는 4월 20일은 제34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1981년 만들어진 기념일이다. 남부장애인복지관은 4월 18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복지관 이용자들과 지역주민이 어우러지는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서울시립남부장애인복지관을 후원하기 위해서는 CMS후원, 계좌이체, 모금함 설치, 물품 후원 등 다양한 방법이 준비되어 있다. 송주혜 사무국장은 “복지관에서 후원사업을 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허락하면 직접 복지관에 찾아와서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후원 활동을 통해서 지역사회에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 829-7102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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