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국가원로회의 위원)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오전 9시, 진도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안산 단원고 2학년생 325명, 교사 15명, 일반인 89명, 승무원 30명 등 총 470여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4월 22일 현재 174명이 구조되고, 100여명이 사망했으며, 무려 200여명이 실종되는 비극적 초대형 해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통한(痛恨)의 참사 때문에 지금 온 국민이 슬픔에 젖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참사가 터진 후, 당국에서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총체적 부실이고 인재(人災)인 것이 자명하니 말입니다.
<양키타임즈> 4월 18일자는 ‘갈팡질팡 정부대응 국민들 분노 하늘까지 닿아’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ABC, CNN 등 미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것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소식을 전하고 있는 미국 언론들은 한국 당국의 엉터리 초기조치와 구조작업 혼선과 느림보 대응에 한국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고 합니다.
현 정권에 호의적이던 조선일보도 최근 사설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비판을 했습니다. 세월호 침몰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허둥거리는 정부의 무능을 격렬하게 비판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세월호 침몰에 갈팡질팡 오락가락 제대로 진상을 파악 못하고 있는 정부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수백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생존귀환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면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며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언론들은 한국은 대형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으며 위기관리 능력이 의심을 받고 있다고 꼬집고 있네요.
선장이 먼저 탈출하고 잘못된 안내방송을 해서 피해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구조에 늑장을 피운 정부당국의 안전관리 체제에 구멍이 뚫린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안내방송이 늦어지고 탈출도 늦어졌으며, 구조작업도 혼선을 빚었습니다. 정부의 느림보 대응이 한국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많은 언론들이 지적을 했습니다.
그리고 AP통신과 ABC방송 등은 인명 피해를 키운 선장의 무책임한 초기 대응을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세월호 선장을 2012년 1월, 좌초한 유람선을 버리고 도망가 구속된 이탈리아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의 선장과 비교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배가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장 등이 먼저 탈출했음에도 선실에 머물라는 안내방송이 계속돼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1면에 사고소식을 보도하면서 ‘생존 희망이 사라지면서 인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한 것이 온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선장 이준석(69)씨는 인터뷰에서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선장은 구조된 뒤 이송된 병원에서 “나는 승무원이다.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며 바닷물에 젖은 지폐 몇 장을 온돌침상에서 말리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팽목항에 가있는 학부모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있습니다. 방송보도에 의하면 ‘정부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있고, 방송도 연일 거짓보도만 하고 있다’면서 정부관계자와 방송사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혹시나 있을 생존자를 위해 객실 안에 산소를 공급하고 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 말을 방송사들은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었죠. 그런데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합니다. 정부가 국민과 학부모들을 속였다는 것이지요.
이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정부는 야간에 조명탄을 쏘면서 특수부대원들이 선내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그런데 밤새도록 사고현장에 있었던 학부모들은 ‘그것도 거짓말이었다. 선내 진입이 아니라 그냥 조명탄만 쏘고 있었다.’면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학부모는 그렇게 조명탄만 쏘고 있다는 것을 모 방송사가 직접 취재를 했고, 그에 관해 현장에서 인터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이 인터뷰를 방송해 주기로 약속했는데 정작 방송에 나오지 않고 산소를 열심히 주입하고 있다는 거짓말만 했다고 울먹였습니다.
팽목항에 있던 학부모들은 정부와 방송사를 극도로 불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곳 학부모들은 국내 방송사와는 일체의 인터뷰를 하지 않고, 오직 외신기자들에게만 자료를 주고 인터뷰에 응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500명의 구조요원들을 현장에 투입해서 열심히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가족들을 안심시키려 한 이 일 때문에 아주 혼쭐이 났다고 합니다. ‘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아직도 하냐?’, ‘그렇다면 왜 아직까지 한 명도 구조해 내지 못하느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온갖 유언비어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유언비어 중에는 ‘특수부대원들이 이미 선내로 진입했다. 거기에는 수많은 시신들이 둥둥 떠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 가족들의 반발이 무서워서 아직 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이라는 얘기도 한쪽에서는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현장은 자원봉사자들이 와도 누가 통솔하거나 정리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각자 알아서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각자 알아서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이게 도대체 뭘 하는 짓이며, 어느 나라 정부의 행태입니까?
우리는 지금 이런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질서도 없고, 체계도 없습니다. 대책도 없고, 누가 책임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국민이 정부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 이 나라가 과연 제대로 지탱이 되겠습니까? 정말 전 국민이 통곡할 수 있는 ‘호곡장(好哭場)’이라도 만들어 속절없이 사라져간 어린 생령(生靈)들과 실종된 분들을 위해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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