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2019 동작구 실향민 합동망향제’가 거행되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동작구협의회(회장 문화영)가 주관한 합동망향제에는 동작구에 거주하는 실향민과 민주평통 자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과 김경우 서울시의원도 임진각을 찾아 실향민과 아픔을 함께 했다.
망향제는 민주평통 동작구협의회 안재환 분과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정병태 총무부회장의 제문 낭독과 내빈들의 헌화 및 분향이 이어졌고, 김문철 제례위원이 절절한 심정을 담은 망향의 글을 낭독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갈 수 없는 북녘땅을 바라보며 한마음으로 제를 올린 실향민들은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나눈 뒤 귀경길에 올랐다.
민주평통 동작구협의회는 매년 추석을 앞두고 망배단에서 합동망향제를 추진하고 있다. 

< 망향의 글 >

그립고도 그리운 부모님!
다시 한가위가 되었습니다.
하루 하루는 지겹도록 느린데, 한해 한해는 어찌 이리도 빠른지요.
벌써 고향을 떠난 지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손주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놀라운 경험을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해맑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새신랑 손자를 보니, 그토록 사랑하시던 막내인 제 결혼을 보지도, 알지도 못하신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아립니다.
세월은 쏜 화살처럼 흐르고, 북녘의 부모 형제는 점점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지만, 마음 속에서는 되레 그림처럼 선명해집니다. 평생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마음으로 올해도 그리움만 깊어지는 추석을 맞이하였습니다.
꿈에서나 뵐 수 있는 아버님, 어머님!
시간이 갈수록 그리움이 사무쳐 마음 한 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뚫인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한참 지났는데 무엇이 그렇게 사무치느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처지란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요.
그리움은 사람을 병들게 하지만, 그리움은 사람을 강하게도 만듭니다. 고향을 볼 수 있으려니, 마치 그것이 하늘과 맺은 약속이라도 되는 것처럼 푸른 청춘부터 이 날까지 기대와 희망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그 힘으로 살아온 일평생입니다. 이 절박한 그리움이 풀리도록 부디 힘을 주세요. 이 비극이 저희 세대에서 매듭지어지고, 후손들은 밝은 마음으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게 힘을 주세요. 마치 부모님을 졸라대는 아이처럼 투정을 부려봅니다.
이제는 고향이 되어버린 아버님, 어머님!
남북관계가 온탕과 냉탕을 오갈 때마다 저희가 기대와 실망도 널을 띕니다. 그래도 모든 일이 잘 풀리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이 망향제가 환희에 차서 춤추고 노래하는 축제의 날이 되기를 꿈꿉니다.
제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계신 아버님, 어머님!
고향땅을 바라보며 소박하지만, 그 누구도 들 수 없을 만큼 버거운 그리움의 잔을 올립니다.

2019년 8월 21일
김문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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