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밤하늘의 별들이 얼마나 총총한지 계속 고개를 치켜들고 걸었다. 그중에 특히 큰 별 하나와 작은 별 하나가 나란히 따라오며 길동무를 해주었다. 덕분에 동방박사도 되었다가 망망대해에서 별의 안내를 받는 선장이 되기도 했다. 가다보니 마을활동을 했었던 빙수골에 도착했다. 마음이 고팠나보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떠올리며 나도 시인처럼 별 하나에 아름다운 이름들을 불러 본다. “별 하나에 꽃들과 / 별 하나에 도라지와 / 별 하나에 그리움과 / 별 하나에 웃음과 / 별 하나에 정과 / 별 하나에 빙수골, 빙수골.” 어르신들과 함께 꽃을 나누고 그림을 그리며 도라지와 마늘을 까고 손뼉 치며 노래 부르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모아 눈물로 쏟아내서인지 요즘의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해맑은 마음으로 별들을 선사해주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스러운 이 시기에도 아름다운 별 볼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하늘이 티 없이 맑다가도 어느새 구름이 몰려와 갑자기 어두워지면 마음까지 서늘해진다. 구름의 종류는 그 모양과 높이에 따라 10종류로 나뉘는데, 새털구름, 햇무리구름, 양떼구름, 뭉게구름 등은 비교적 익숙한 것들이다. 시커먼 먹구름을 몰고 다니는 소나기구름은 게릴라성 폭우로 변해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끔찍한 대형 산불로 화성처럼 붉게 물든 미 캘리포니아로 몰려가 꺼주면 좋으련만.
한편, 큰 별빛 같은 소식이 있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크 ‘핫100’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기네스 세계기록(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본 유튜브 영상, 1억 110만 뷰)에도 올랐다고 한다. 영화 ‘기생충’에 이어 또다시 세계인들의 가슴에 한국인의 DNA가 새겨지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노래로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이 인상적이다. 노래를 듣다 보면 푸하하하 웃음이 빵 터진다. 사는 게 왜 이리 힘드냐고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이 소크라테스에게 묻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의 이유와 삶의 방법을 지혜자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가사가 공감이 된다.
인생의 구름이 언제 올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좀 잡을 수 없으니 어찌하랴. 복잡다단한 인생의 구름을 10종류로 분류하여 각각에 따라 대처법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어가 고향을 찾아 회귀하듯, 지혜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고 존재의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무엇이 나올까.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이 문제에 대하여 고민해왔는데 감사하게도 해답을 얻었기에 삶이 고달파도 마음의 먹구름은 사라져 별이 빛나고 있다.
고향 뒤뜰에서 들려왔던 풀벌레의 잔잔한 연주소리를 아직도 감상할 수 있어 행복한 여름이다. 여름과 가을이 섞여 있는 지금이 진정 자연이 선물하는 여가(여름가을)를 즐길 수 있는 때라고 느낀다. 아무리 세상에서 험한 소식이 들려와도 가끔은 고개를 들고 별을 보자. 계속되는 비바람에 젖지 않도록 9월의 허리춤을 잘 여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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