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천마산자락 아래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찾아뵙지 못한지 8개월이 되었다. 중간에 잠시 비대면 면회가 허락되어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이산가족 상봉하듯 쪽만남이라도 가졌던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추석에도 역시 면회가 금지되어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다. 자녀들이 영상을 제작하여 보내주면 추석 행사를 할 때 보여드린다는 것이었다. 아싸~ 얼른 팔남매 단톡에 사실을 알리고 영상을 1~2분으로 제작하여 주말까지 올려달라고 했다.
다들 처음 해보는 터라 고민하며 누가 스타트를 할 것인지 기다리는 듯 했다. 링컨이란 별명의 넷째 언니가 ‘사랑은 아무나 하나’ 노래를 신나게 부르는 영상을 제일 먼저 올렸다. 엄마께서 좋아하셨던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영상 소재 힌트가 되었다. 황소라는 별명의 셋째언니는 아들로 승격된(!) 형부와 사이좋게 ‘엄마 힘내세요~ 팔남매가 있잖아요~’를 불렀다. 
둘째언니와 다섯째 언니도 ‘아빠의 청춘’을 부르며 춤을 추었고, 오빠는 엄마와 함께 드라이브 다녔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불렀다. 남동생은 노래 없이 말로만 찍었는데도 막내답게 함박웃음을 빵 터지게 했고, 큰언니가 “하나님의 사랑과 팔남매의 사랑을 듬뿍 받고 계신 엄마~” 하는 말에 가슴이 찡했다. 다들 부모님께 물려받은 흥DNA가 살아나는 듯 했다. 
필자는 TV에서 한복을 입고 ‘효(孝) 잔치’ 하는 프로그램을 보고는 장롱 속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한복을 깨웠다. 빨간 치마와 곤색 저고리를 입고 하얀 버선까지 신으니 추석 명절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한복과 어울리는 민요로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하는 진도아리랑을 춤사위와 함께 찍으니 풍성한 가을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필배씨(필자의 배우자)의 코치로 노란색 부채를 소품으로 활용하여 더욱 색다른 맛이었다. 영상을 올리자 가족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엄마께 보여드릴 영상 제작을 위해 팔남매가 카톡으로 소통하고 한 명씩 영상을 올릴 때마다 한 마디씩 주고받는 말들이 어찌나 재밌던지 언택트 한가위를 제대로 즐기는 느낌이 들었다. 이 또한 엄마께서 우리 팔남매 자녀들에게 주신 선물이 아닐까? 항상 추석 다음날에 만나는 친정 대가족모임이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추석 특별방역기간이 선포되는 마당에 모임을 가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친 김에 줌(Zoom)을 이용해 실시간 먹방을 함께 찍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본래 가족모임 할 시간에 각자의 집에서 맛있게 음식을 차려놓고 먹으며 실시간 영상으로 대화를 나누고 음식도 권하며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고스란히 행복감이 밀려온다.
가족들에게 추석 선물로 전해주고픈 책이 있다. 75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까지 거의 2,000점을 그렸고, 미국의 국민화가로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그림을 배운 적도 없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섬세하게 화사하게 따뜻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전지적 화가시점의 수채화 같은 그림들과 인생의 고통을 담백하게 승화시켜 풀어낸 글이 마음을 힐링해주는 책이다.
언택트 한가위에도 우리 안에 숨어있는 좋은 DNA를 찾아내고 나눌 수 있는 풍성한 명절이 되기를 소망한다. 필자는 수채화 같은 글을 남기고 싶어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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