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국가원로회의 위원)

판도라의 상자에는 온갖 인간의 불행이 들어 있었지요. 그런데 가장 마지막에 남아 있었던 것은 천만다행으로 ‘희망(希望)’이었습니다. ‘판도라(Pandor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자 이름이죠.
불의 신이며 뛰어난 책략가인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습니다. 화가 난 주신(主神) 제우스는 이 축복에 맞먹는 불행을 인간에게 주기로 합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불의 신이며 장인(匠人)들의 수호신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해 흙으로 여자를 빚게 했고, 신들은 이 여자에게 자신들이 고른 가장 좋은 선물들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판도라는 온갖 고통과 악이 들어 있는 상자를 갖게 됩니다. 제우스는 판도라를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습니다. 그는 형제인 프로메테우스의 경고를 잊어버리고 판도라를 아내로 삼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판도라는 열지 말라는 자신의 상자를 호기심에서 열었죠. 그러자 그 안에서 있던 온갖 악들이 나와서 땅 위에 퍼진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설에 의하면 ‘희망’만은 빠져나가기 전에 뚜껑을 닫았기 때문에 안에 남게 되었다고 하네요. 뒤에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그 상자에는 악이 아니라 축복들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스스로의 호기심 때문에 그것을 열게 되어 인류를 위해 보존될 수도 있었을 축복들을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희망이 없었다면 지금 인류가 이 만큼의 문명을 구축하는 기간이 훨씬 더 길어졌을 것입니다. 수많은 과학자와 발명가들이 실패 속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연구한 덕에 현재의 첨단기기가 존재하고, 다양한 기술이 발전한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무엇보다 희망을 잃지 않고 행동한다면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보는 면이 다르며 생각 하는 마음이 달라서 어떤 사람은 상대에게 절망과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절망보다 희망을 주고, 소극적인 태도보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여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게 마련이죠.
영국의 ‘윌리엄 문’은 사람들 앞에 인정받고 존경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시력이 떨어지더니 결국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고 맹인이 됐습니다. 그래서 윌리엄 문은 “신이시여! 제가 무슨 죄를 지어서 시력을 가져가십니까? 왜 하필이면 저입니까?”하고 울부짖었습니다.
그걸 보고 그의 어머니는 옆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리께서 너의 시력을 가져가신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 진리께서 너를 통해 큰일을 베푸실 모양이다. 그러니 원망 불평하지 말고 차라리 감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 때부터 그에게는 원망과 불평은 사라졌습니다. 이 지구상에 시력을 잃고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시력을 잃고 보지 못하는데 자신이 막상 겪어보니 너무 불행하고 답답해서 그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맹인들을 위한 점자 법(點字法)이 어렵고 배우기 힘들어 보급이 안됐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는 마침내 그 때까지 있었던 부족하고 열악했던 점자를 전부 개선해서 새로운 점자를 만들었습니다. 점자를 쉽고 배우기 간편하게 만들어낸 그의 노력으로 맹인들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시력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도 받고 인정받았습니다. 영국 왕과 미국 대통령에게도 표창을 받았고 대학에서도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진리의 쓰임을 받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절망하여 자살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윌리엄 문과 같은 사람이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떤 기관에서 수백 명의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남자들이 살아가는 동안 살 맛 나는 때가 언제냐’고 물었습니다. 남자들은 '제일 신나고 살맛나는 때는 아내의 인정과 칭찬을 받는 때'이고, '두 번째는 직장에서 동료와 상사들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는 때’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의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홍수 피해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 직장 일로 힘들어하는 친구, 병마와 싸우는 친구,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아파하는 친구, 그들에게 내가 기쁨이 되고 용기를 주며,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판도라의 상자에는 아직 ‘희망’이라는 것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그 희망을 끄집어내어 남을 살리는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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